반도그룹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및  KCGI와 결성한 주주연합을 대표해 한진칼 지분을 더 늘릴까?

1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14.9%까지 높이면서 주주연합에서 자금력을 보유한 반도그룹의 행보에 시선이 몰린다.
 
반도그룹, 자금 동원력 1조로 델타항공에 맞서 한진칼 지분 더 살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반도그룹은 그동안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늘려오다가 2월20일 이후 지분 확대를 멈췄다.

항공업계에서는 한진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지분 확보경쟁으로 한진칼 주가가 오르면서 반도그룹이 추가 매수에 부담을 느껴 매집을 멈췄다고 보고 있다.

한진칼 주가는 9일 종가 기준으로 6만3400원을 보였으며 4일에는 사상 최고가인 8만47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반도그룹이 한창 한진칼 주식을 사들이던 2월 중순 한진칼 주가는 4만 원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당시 반도그룹은 한진칼 지분 5.02%를 사면서 1천억 원 이상의 자금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반도그룹은 계열사인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을 통해 1422억5천만 원을 들여 한진칼 주식 369만9천 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 하지만 3월9일 기준으로 이 정도의 주식을 사려면 당시보다 2배에 가까운 2345억 원의 자금을 동원해야 한다.

게다가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14.9%까지 늘리면서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이 43.15%까지 늘어남에 따라 한진칼 지분을 37.47% 들고 있는 주주연합과 격차가 5.68% 포인트 차이로 벌어진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는 시선도 있다.

2020년 3월10일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 구성을 살펴보면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22.45%를 들고 있고 델타항공이 14.9%, 대한항공 사우회가 3.8%, 카카오가 2%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반면 주주연합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6.49%, KCGI가 17.68%, 반도그룹이 13.3%를 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15% 가까이 확대하면서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이 비교적 안정적 수준까지 오르게 됐다”며 “반면 반도그룹을 비롯한 주주연합으로서는 계속 뒤쫓아가야하는 부담을 안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반도그룹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양호한 현금흐름을 통해 차입금을 대규모로 축소해온 만큼 추가적으로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반도그룹이 아직 1조원 수준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기업집단인 만큼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그룹의 연결 부채비율은 2016년 255%에서 2018년 17.9%로 하락했다”며 “추가로 차입을 진행하면 반도그룹은 1조원 수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종합건설업의 산업환경이 2019년에 비해 저하될 것으로 전망돼 반도그룹이 금융권 차입을 진행하게 될 때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반도건설의 신용등급은 투자적격 10단계 가운데 여덟 번째에 해당하는 ‘BBB+’에 머무르고 있다. 차입금을 대폭 줄였지만 주택사업의 변동성 탓에 우량등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형대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정책 등에 따라 국내 건설경기가 하향국면에 진입했고 해외에서는 신흥국 건설회사들의 점유율 확대 추세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종합건설업의 2020년 산업환경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불리한 산업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반도그룹이 독점규제법상 한진칼 주식을 15% 이상 소유하게 되면 기업결합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파악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12조는 자산 또는 매출 3천 억원 이상의 기업이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 원 이상인 다른 상장회사의 주식 15% 이상을 소유하게 되면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주주연합의 일원으로 지분 17.68%를 쥔 KCGI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2019년 7월25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반도그룹이 독점규제법상 기업결합신고 요건을 갖추게 되면 공정위에서 독점이 우려되는지 등 기존 업종과 관련성 등을 심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그룹은 현재 건설업을 하고 있어 기업결합신고 과정이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반도그룹의 기업결합신고가 사실상 한진그룹을 향한 적대적 인수합병의 신호탄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은 앞으로의 행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