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이 재무적 불확실성 해소를 통해 흑자전환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현대로템 실적 부진의 발목이 잡혀있는 철도사업에서 이익을 낼 수 있을 만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재무적 노력만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
 
[오늘Who] 현대로템 부실 턴 이용배, 흑자 위해 철도사업 회복 절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


9일 현대로템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로템이 2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2019년 잠정실적을 정정한 것은 향후 잠재적 손실이 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한 재무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현대로템은 4일 정정공시를 통해 2019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4593억 원, 영업손실 2799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2월4일에도 정정공시를 통해 기존 발표보다 매출이 줄고 영업손실이 늘어났다고 수정했는데 이를 다시 반복하면서 적자폭이 더욱 확대됐다. 맨 처음 발표와 비교할 때 영업손실 규모는 모두 722억 원 증가했다.

현대로템은 두 번째 정정공시를 한 이유로 “카타르 알다키라 하수처리장사업의 공사기간 연장으로 추가 충당금을 설정한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 정정공시의 이유로는 “철도 납품차량 시운전 검사 비용으로 추가 원가를 반영한 탓”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의 설명에 따르면 두 정정공시 모두 현대로템이 회계처리를 보수적으로 처리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추가 충당금 반영은 통상적으로 재무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충당금 설정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이나 손실을 놓고 선제적으로 비용처리를 하는 작업이다. 이 기간의 재무제표에는 부득이하게 영업손실로 반영되지만 향후 사업 진행 경과에 따라 충당금 일부가 환입될 여지도 많다.

현대로템이 두 번째 정정공시를 통해 충당금을 약 270억 원 반영한 것은 매우 부진했던 2019년 실적에 모든 악재를 털어내겠다는 의지라고도 읽을 수 있다.

이용배 사장이 현대자동차그룹의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서 솜씨를 발휘했다는 말도 나오는 이유다.

이 사장은 2019년 12월 말 이뤄진 인사에서 현대차증권 대표이사를 역임하다가 현대로템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그룹의 여러 재무분야에서 줄곧 이력을 쌓았다는 점에서 이 사장이 현대로템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구원투수로 투입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사장은 현대모비스 전신인 현대정공에 입사해 경리과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현대차 회계관리실장과 경영관리실장, 경영기획3실장을 역임했고 현대위아의 기획·경영지원·재경·구매담당 부사장을 거쳐 현대차증권 대표이사까지 지냈다.

이 사장은 실제로 재무 전문가의 노하우를 발휘하듯 현대로템 대표이사에 취임한지 약 2주 만에 곧바로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하며 비용절감과 인력조정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 시행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들을 볼 때 현대로템이 정정공시를 통해 2019년 실적을 대폭 낮춘 것은 향후 수익성을 염두에 둔 이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장이 현대로템 수익 창출력을 회복하지 않는 이상 재무적 노력만으로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우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BBB+로 하향하면서 “현대로템의 주요 손실이 일회성 성격을 내포하고 있지만 주력사업인 철도부문의 부진에 손실 원인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본원적 수익 창출력이 약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지광훈 한국기업평가 연구원도 “철도부문 경쟁 심화에 따라 수주 여건과 영업 채산성이 저하됐으며 성장성 확보를 위해 진출한 해외시장에서도 상이한 철도산업 환경과 신규설계 부담 등으로 손실이 확대했다”며 “주력사업인 철도부문의 경쟁력 변화 여부가 현대로템 신용등급 조정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