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임기 마지막해에 신한금융투자의 실적 개선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조만간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수익 다각화를 위해 준비해 온 새로운 사업 추진뿐만 아니라 초대형투자금융(IB) 인가에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김병철, 금감원 펀드 조사로 신한금융투자 초대형투자금융 가물가물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8일 금감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와 관련된 제재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이르면 3월 둘째 주부터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와 관련해 현장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5일 오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와 관련해 제재안을 통보했다.

금융위원회의 제재안 의결이 4일에 통과됐기 때문에 금감원의 제재안 통보는 며칠이 지난 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금감원은 빠르게 절차를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금감원이 3월로 계획했던 라임자산운용 관련 현장조사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시선이 나온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금감원 감찰에 나서는 등 금융사고와 관련된 금감원의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손실 가능성을 알았으면서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고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구조변경을 통해 부실을 다른 정상펀드에 전가하는 등 펀드 손실을 숨기는 데에 적극 가담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금감원 조사가 본격화되면 김 사장은 더욱 근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임기 첫 해인 2019년의 경영 성적표가 좋지 않았던 만큼 남은 1년 동안 신한금융투자의 실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에 놓여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김 사장 취임 첫 해인 2019년에 순이익 2063억 원을 거둬 2018년보다 12.1% 감소했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2018년과 비교해 각각 7.7%, 27.5% 줄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자기자본 3조 원이 넘는 대형증권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후퇴했다. 초대형투자금융 인가를 놓고 경쟁자로 꼽히는 하나금융투자의 2019년 순이익이 2018년보다 58.7% 증가하는 등 대부분의 증권사가 좋은 실적을 보인 것과 비교해 아쉬운 성과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금감원 현장조사까지 더해지면 김 사장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김 사장이 추진해왔던 초대형투자금융(IB) 인가 가능성이 멀어지는 점도 큰 부담이다.

김 사장은 1월 신년사에서 “초대형투자금융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고 디지털회사의 금융업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무한경쟁의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며 초대형투자금융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도 2019년 7월 6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등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신한금융투자의 초대형투자금융 인가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초대형투자금융 지정을 받으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발행어음사업(단기금융업)을 통해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조 회장이 추진하는 비은행 계열사 강화 목표에도 더욱 기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가 금감원 조사를 받고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와 관련된 의혹이 사실로 판단되면 초대형투자금융 인가를 받기 사실상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초대형투자금융 인가를 놓고 자기자본 규모뿐만 아니라 경영 건전성, 과거 제재 이력과 미래 제재 가능성 등을 반영해 종합적으로 심사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는 초대형투자금융과 단기금융업 인가를 위해 자기자본 규모 4조 원을 빠르게 넘어섰다”면서도 “하지만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사태 수습 등이 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초대형투자금융 인가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