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5G통신 네트워크사업을 두고 화웨이와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5G네트워크사업을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어 당분간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맞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미국 압박에도 5G장비는 순항, 삼성전자와 경쟁 갈수록 치열

▲ 전경훈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사장.


8일 IT업계 관계자와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미국은 국제사회에 화웨이 5G장비 금지를 독려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화웨이에 관한 제재를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의 태도와 별개로 여러 국가에서 잇따라 화웨이의 5G사업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특히 머지않아 5G네트워크사업이 대규모로 추진될 유럽 쪽에서 화웨이를 환영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은 최근 보안시설을 제외한 곳에서 화웨이 5G장비를 최대 35%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들이 5G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 안보 위험성이 큰 공급자를 자체적으로 평가해 배제하도록 권고하는 지침을 내놨다. 중국이나 화웨이 등 특정단체를 명시하지 않아 사실상 화웨이의 5G사업을 허가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화웨이는 이런 방침에 화답해 유럽에 5G장비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유럽이 화웨이 장비 도입을 허용한 데는 무엇보다도 저렴한 가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경제 전망기관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1월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면 세계 5G네트워크 투자비용이 30%가량 늘어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앞으로 더 많은 나라가 화웨이 장비 도입을 고민하게 될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화웨이가 진입하지 못하는 국가에서는 5G사업이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버라이즌·AT&T·스프린트·US셀룰러 등 가장 큰 이동통신사 4곳과 5G장비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 통신사들은 미국 이동통신 가입자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통신사 KDDI에도 5G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5G네트워크 구축에 속도를 내는 만큼 앞으로 삼성전자의 사업기회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세계 5G시장을 보면 화웨이가 삼성전자와 비교해 우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기준 글로벌 5G장비시장 점유율은 화웨이 30%, 삼성전자 23%, 에릭슨 20%, 노키아 14% 등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5G네트워크사업 외형 차이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미국의 화웨이 배제정책이 좀처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중국의 초대형 5G사업에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 말까지 31개 지방정부에 5G기지국 40만 개를 추가로 설치하고 2025년까지 5G 가입자 6억 명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0년 투자규모만 9000억 위안(150조 원가량)에 이른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2019년 매출 6조3000억 원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5G 개화기에 주요 경쟁기업인 화웨이가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으면서 수혜를 본 것으로 파악된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의 압박을 일부 해소한 올해에도 삼성전자가 실적에서 순항할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