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금융감독원의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제재를 놓고 조만간 행정소송과 제재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한다. 

손 회장이 지주사 회장 연임을 위해 대응에 나선 것인데 우리금융지주가 금감원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는 데 따른 큰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중징계를 법원 보낸 손태승, 금감원과 우리금융 관계 어떻게 풀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6일 우리금융지주에 따르면 손 회장은 금감원의 파생결합펀드 제재와 관련해 다음 주 초에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 관련 서류를 제출할 계획을 세웠다.  

손 회장이 5일 밤 늦게 우리은행에 전달된 금감원의 파생결합펀드 검사서 내용을 살핀 뒤 바로 법적 대응을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손 회장 개인 자격으로 이뤄지는 소송이라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며 “금융당국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단심으로 결정된 제재의 정당성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한 번 더 받아보자는 취지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영향력이 매우 강한 국내 금융시장 환경에서 손 회장이 내린 선택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시선이 많다. 

손 회장이 소송을 통해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연임할 수 있게 된다면 금감원 제재에 맞서 자리를 지킨 첫 사례를 남기게 된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은행장을 맡았던 시절에 금감원으로부터 직무정지 제재를 받고 소송을 통해 제재 취소결정을 받은 적이 있지만 우리은행장을 사임한 뒤 재판을 진행했다. 

소송의 결과는 현재로서 예단하기 어렵지만 손 회장의 이번 결정만으로도 우리금융지주는 금감원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우리금융지주는 금감원과 여러 현안을 놓고 협조를 구해야 하는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파생결합펀드 손실사태에 이어진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사태와 관련해 불완전판매 의혹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직원의 고객 비밀번호 무단도용사건을 놓고도 금감원은 제재절차를 밟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민영화한 금융지주사로서 첫 걸음을 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지주사로서 면모를 온전히 갖추려면 지속적으로 금융회사 인수합병 등도 추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금감원의 승인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손 회장이 소송을 통해 지주사 회장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경영현안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금감원 분쟁조정안에 따라 키코 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게 배상을 마쳤다. 은행권 최초로 키코 사태 배상을 마친 것인데 은행권 대부분이 금감원 분재조정안 수용을 거부하거나 수용 시한 연장을 요구하며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과 비교된다.

우리은행이 파생결합펀드 손실 관련한 제재를 전후해 빚어진 금융당국과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키코 사태 배상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강조하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금감원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다.     

다음 우리은행장으로 권광석 새마을금고 신용공제 대표이사를 내정한 배경에 금감원과 관계를 풀어보려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권 내정자는 우리은행 홍보실장을 지내면서 언론은 물론 대관 쪽에도 상당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과 법조계는 손 회장이 법적 대응을 통해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손 회장은 행정소송 승패와 관계없이 제재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25일 주주총회 전에만 인용하면 연임이 가능하다.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에는 통상적으로 일주일가량이 소요된다.

금융감독원은 2월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제재를 확정했다. 문책경고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현직을 마칠 수 있지만 이후 3년 동안 금융회사에 취업할 수 없다. 

손 회장은 25일 주주총회에서 회장 연임이 예정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