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케이뱅크에 직접 자본을 투입할 길이 막히면서 다음 케이뱅크 행장 선임도 혼미한 상황에 빠졌다.  

케이뱅크 다음 행장으로는 KT 출신인 이문환 전 BC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KT가 자회사를 통한 우회증자 등 대체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변수가 생겨날 수도 있다.  
 
KT 수혈 막힌 케이뱅크, 다음 행장 이문환 유력했으나 다시 안갯속

이문환 전 BC카드 대표이사 사장.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KT가 케이뱅크에 자본을 직접 투입하는 길은 사실상 가로막혔다.  

5월로 예정된 다음 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이 다시 논의돼 처리될 가능성도 있지만 여당 의원 다수가 반대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지는 미지수다.  

KT가 직접 자본을 수혈할 수 없게 된 것은 다음 케이뱅크 행장 선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 통과가 이뤄져 케이뱅크가 KT의 자본을 수혈받게 되면 심 행장을 대신해 이문환 전 사장이 다음 행장에 오를 수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케이뱅크가 KT 자본을 토대로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야 하는 만큼 분위기 쇄신을 위해 외부인물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음 케이뱅크 행장 후보군에는 이문환 전 사장을 제외하면 심성훈 행장을 포함해 케이뱅크 내부인사만 포함돼 있고 케이뱅크 이사회는 이 후보군을 놓고 1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KT가 자회사를 통한 우회증자를 이른 시일 안에 확정할 수 있다면 이문환 전 사장이 다음 케이뱅크 행장에 오를 가능성은 여전히 커 보인다. 

KT가 케이뱅크 우회증자에 이용할 수 있는 자회사로는 BC카드가 꼽히기 때문이다. 

BC카드는 금융회사로 케이뱅크 지분을 34%까지 늘리는 데 법적 문제가 없는 데다 자산규모가 3조7천억 원을 넘어서 케이뱅크 유상증자를 감당할 만한 외형을 갖췄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문환 전 사장은 지난해까지 2년 동안 BC카드를 이끌어왔다. 케이뱅크와 BC카드가 협력해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면 이 전 사장보다 적합한 사람은 없는 셈이다.  

다만 KT가 플랜B를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 전 사장 대신 케이뱅크 내부인사가 다음 행장 후보로 떠오를 수도 있다. 

KT가 자회사를 통한 우회증자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심성훈 행장의 임기가 끝나는 3월 안에 KT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우회증자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내부인사로 현재의 임시 행장 체제를 이어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정상적 영업이 어려운 케이뱅크를 외부인사들이 맡기를 꺼릴 수 있는 데다 경영상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외부인사에게 정식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케이뱅크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성훈 행장은 지난해 9월 정식 임기가 끝났지만 현재 임시로 연장된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3월 중순에 행장 단독후보를 정한 뒤 3월 말 주주총회를 통해 행장을 최종 선임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재적 184명 가운데 찬성 75표, 반대 82표 기권 27표로 부결됐다.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결격사유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빼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에 앞서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KT가 유상증자를 통해 케이뱅크에 직접 자본을 투입하고 대주주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국 본회의 문턱에서 좌절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