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 누가 살아 남나, 허가 남발한 국토부 책임론도 비등

▲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본여행 자제 움직임에 이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저비용항공업계 재편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 항공사 사진 취합>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저비용항공업계가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위기에 몰리고 있다.

기존 저비용항공사(LCC)가 6개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신규 진입을 허가한 국토교통부를 향한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여행 자제 움직임에 이어 연초부터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19 사태로 저비용항공업계 재편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항공사들조차 비상경영에 들어간 가운데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신생 저비용항공사들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9개 저비용항공사들 사이에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항공산업의 구조적 특징과 인구 및 여행객 수를 볼 때 현재 저비용항공사 수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일본여행 자제 움직임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바라봤다.

2019년 7월 들어 일본이 소재·부품·장비를 향한 수출규제를 단행하면서 일본 여행자제 움직임이 일어나 항공업계에서는 이미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스타항공은 지주회사인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제주항공과 매각을 위한 절차를 진행중이고 2012년 티웨이항공을 인수한 예림당도 항공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항공업계에서는 국토교통부가 항공업에 대한 전문적 이해 없이 단기적 호황에 바탕해 항공사 면허를 남발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국토부는 2018년 11월 신생항공사 5곳으로부터 항공운송면허 신청서를 접수해 2019년 3월 강원도 양양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플라이강원과 충북 청주를 기반으로 하는 에어로케이, 중장거리 특화 항공사를 내세운 에어프레미아에 면허를 내줬다.

신규 저비용항공사 진입 허가를 내준 표면적 이유는 2018년까지 국내 항공업이 호황을 누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항공사의 여객실적은 2010년 6천만 명 수준이었으나 2018년 1억1700만 명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당시 국토부는 각 항공사별로 사업계획을 통해 노선과 수요와 관련해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웠기 때문에 추가로 저비용항공사가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고 경쟁을 통해 서비스 향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2019년 신규 항공운송면허를 발급할 당시 항공업계에서는 저비용항공사 면허 남발은 필연코 과당경쟁을 불러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신규 항공사 면허발급 당시 업계에서 과당경쟁의 우려가 나왔던 만큼 국토부가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놓고 정책을 운용했어야 했는데 국토부가 이와 같은 지적에 눈감은 결과 현재와 같은 위기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넓은 국토와 많은 인구 때문에 항공회사가 발달한 미국(인구 3억2천만 명)도 저비용항공사는 9개 뿐이다. 중국(인구 14억1천만 명)은 한국보다 적은 6개의 저비용항공사를 확보하고 있다.

정부는 항공업계가 벼랑 끝에 몰리게 되자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0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10개 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 대표를 불러 항공업계의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개최한 데 이어 17일 긴급 지원대책을 마련했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저비용항공사를 대상으로 산업은행의 대출심사절차를 거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어려움을 겪는 저비용항공사에 최대 3천억 원 범위 안에서 긴급융자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며 “이번 사태로 운항을 중단하거나 노선을 감축하는 경우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도 최대 3개월 동안 유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이런 정부의 지원대책을 두고 정책실패를 향한 책임을 지지 않고 국민 혈세를 동원해 덮으려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일회성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항공업은 유가나 경기의 흐름, 기재결함, 감염병 등 돌발변수에 취약한 산업적 특징을 지니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공동기금 형태의 재원을 마련해 늘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토부가 앞으로 항공면허나 각종허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쪽으로 항공정책을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자유시장경제체제에서 정부가 과도하게 시장에 접근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지만 이미 많은 항공사들이 시장에 진출한 것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고용안정과 시장질서 유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