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미국에 지사를 재설립하는 것을 계기로 액화천연가스(LNG)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으로부터 LNG를 수입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LNG 개별요금제가 도입되면서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스공사 '이명박 자원개발 상처' 벗어나, 채희봉 미국 활동재개 서둘러

▲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26일 에너지업계와 가스공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7월 미국에 지사를 재설립하는 것을 계기로 미국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천연가스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노리고 있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1월에 열린 498차 이사회에서 미주지사 설립(안)을 최종 의결했으며 이에 따라 올해 7월 미국 휴스턴 지역에 지사를 재설립하기로 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미주 지사 설립은 미국이 세계 천연가스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올랐기 때문에 각종 정보를 취득·수집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LNG 수입에서 미국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미국 지사를 통해 북미 천연가스시장 동향 파악 및 정보 수집, 북미 에너지 기업 등 네트워크 구축, 북미 LNG사업 발굴 지원 등을 수행한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2018년 미국산 LNG 수입비중은 10.6%(466만톤)이었는데 2025년에는 22.8%(790만톤)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셰일가스의 채굴기법을 개발하면서 천연가스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올라 수출을 늘리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9월 한국과 미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2025년부터 15년 동안 연간 158만톤(한국돈 11조4680억 원)의 미국산 셰일가스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계약기간은 2025∼2039년(15년)이며 판매자가 원하면 3년을 연장할 수 있다. 물량은 국내 연간 소비량의 약 5%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 더해 LNG 개별요금제가 시행된 점도 가스공사가 천연가스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야 할 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발전용 LNG 개별요금제가 본격 도입되면서 국내외 천연가스시장의 영향력 확대가 중요해진 점도 미국 지사 설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1월3일 LNG 개별요금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가스공사가 2019년 12월30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발전용 개별요금제 시행을 위한 천연가스 공급규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을 승인한 것이다. 

개별요금제는 가스공사가 발전소마다 개별계약을 맺고 각각 다른 금액으로 LNG를 공급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가스공사가 모든 LNG 가격을 평균 내 모든 발전소에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평균요금제를 적용해왔다. 예를 들면 세 국가로부터 각기 다른 금액으로 천연가스를 들여오게 되면 이 국가의 평균요금에 이윤을 붙여 최종 공급액을 정했다. 

하지만 최근 LNG 가격이 하락하면서 평균요금으로 LNG를 사들이는 것보다 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직수입하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직수입 발전사와 평균요금제를 적용받는 발전사 사이의 공정경쟁을 구축하고 국가 차원에서 안정적 공급을 이루기 위해 기존 요금제를 개편하기로 했다. 천연가스시장에서 가스공사의 지위도 올라갈 수 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국가스공사는 발전용 액화천연가스시장에서 개별요금제가 본격화되면 시장 지위를 점차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가스공사는 2012년 미국 지사를 설립했다가 2015년 폐쇄했다. 이명박 정부가 해외자원 개발을 무리하게 추진해 에너지 공기업의 책임론이 불거져 박근혜 정부 시절 가스공사 미주지사를 포함한 말레이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지사를 폐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