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의 임대료를 깎아줄까?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공항공사가 코로나19의 여파로 악화하고 있는 면세점업계의 임대료 인하 요청을 마냥 외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인천공항공사, 코로나19 신음하는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깎아줄까

▲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인천공항공사가 공항시설 임대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전체 실적도 상승세를 보이는 만큼 중소·중견기업들과 상생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5일 인천공항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와 관련한 면세점업계의 임대료 인하 요구와 관련한 대책을 아직 세우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검토할 계획”이라며 말을 아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관광업계가 침체하며 면세점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1월20일 이전 2주 동안의 매출과 최근(2월9일~22일) 2주 동안의 매출을 비교한 결과 매출이 6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중견 면세점 운영기업들이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면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몇몇 대기업집단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소·중견기업들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대기업들도 어렵지만 중소·중견기업들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상황이 좋지 않은 면세점업계와 달리 인천공항공사는 해마다 면세점 수수료과 같은 비항공수익을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어 지금과 같은 비상상황에서는 면세점업계의 고통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018년 한 해 동안 매출 2조6510억 원, 영업이익 1조2885억 원, 순이익 1조1181억 원을 거뒀다.

2019년 10월 열린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인전국제공항의 매출 가운데 비항공수익은 66.3%인 1조7589억 원에 이른다. 비항공수익 가운데 상업시설 임대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2.4%다.

인천공항공사는 이전에도 비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진정한 ‘상생’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가장 앞장서 전환했지만 ‘인천공항시설관리’와 ‘인천공항운영서비스’라는 자회사를 통해 고용하는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실시해 노조의 반발에 직면하기도 했다. 

정부는 코로나19로 발생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범정부적 지원과 함께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상생 노력'도 강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경제부처 업무보고 모두발언을 통해 “소비 위축으로 매출이 떨어진 관광업체와 전통시장,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큰 어려움은 점포 임대료”라며 “지금 전주시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의 피해를 함께 극복하기 위한 건물주들의 자발적 상가 임대료 인하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한옥마을에서는 12일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임대료를 최대 20% 깎아주며 임차인들과의 ‘상생’을 위해 나섰다.

질병 유행 때 여행객 급감으로 면세점 임대료를 감면해 준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신종인플루엔자가 퍼졌을 때인 2009년 출국장 면세점 영업료를 10% 낮춰줬고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와 관련해 중국인들의 여행이 급감하자 면세점업계의 특허수수료 납부기한을 1년 미뤄주고 분할납부를 허용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해외 국제공항들은 면세점업계의 어려움을 절감하고 임대료 인하에 나섰다.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은 2월부터 임대료를 6개월 동안 50% 낮춰주기로 했으며 태국공항공사는 2021년 1월까지 6개 공항의 월 임대료를 20% 할인해주기로 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관광업계와 관련된 다른 공기업도 입주 매장의 수수료나 임차료를 낮춰주기로 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역에 입주한 매장의 계약자가 납부하는 수수료나 임차료를 20% 깎아주는 방안을 19일 내놨다. 

다만 현재 인천공항공사가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신규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하면서 흥행을 기대하고 있는데 기존 면세점 임대료 하향조정이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와 자회사를 통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본사 채용으로 바꾸게 된다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면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나 비정규직 전환 등에서 부담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좋은 실적으로 다소 여유는 있을 것"이라며 "면세점들은 높은 임대료로 공항 면세점에서 큰 이익을 못내고 시내면세점 실적으로 보충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는 면세점들에게 일시적으로라도 혜택을 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