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그룹은 물론 조현아-KCGI-반도건설 연합(주주연합)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한진그룹은 주주연합을 공격하는 약한 고리로 조현아 전 부사장을 삼자 주주연합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존재감을 보이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조현아, 한진 오너와 주주연합 양쪽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 되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명분으로 한진칼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당겼지만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둔 여론전에서 ‘낙동강 오리알’ 처지에 놓이고 있다.

강성부 KCGI 대표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 KCGI를 ‘조현아 연합’이 아닌 ‘주주연합’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KCGI가 최대주주이며 반도건설 역시 지분 13.3%를 보유한 대주주인데 그들이 뒤로 빠지고 조현아 전 부사장이 부각돼 섭섭하다는 것이다.

불리는 이름이 단체나 조직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힘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주주연합의 대표성을 띠는 상황이 부담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KCGI는 지난해 갑횡포 논란 등으로 뭇매를 맞고 있던 한진그룹에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었지만 올해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및 경영능력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며 오히려 여론이 주주연합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연합은 한진그룹의 오너일가이면서도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를 바라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미지를 그렸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여론이나 한진그룹 내부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주주연합으로선 조현아 전 부사장을 내세워 한진그룹 내부의 지지를 얻어내려 했지만 사실상 물거품으로 돌아간 채 여론의 부담만 지고 있다.

경영권 분쟁 초반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을 통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는 시선도 나왔지만 이들은 조원태 회장의 편에 섰다.

대한항공 출신 전문경영인이었던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는 주주연합측 이사 후보에서 자진사퇴했으며 한진그룹 노조와 퇴임 임원들 역시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고 KCGI도 추가 자금모집을 하는 등 장기전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주주연합이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을 계속 잡을지는 미지수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주주연합에게 조현아 전 부사장이 힘을 줄 수 있는 건 오직 지분 6%지만 주주연합이 자금을 동원해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의 지분은 큰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하면 상속세 마련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만큼 조양호 전 회장에게 물려받은 한진칼 지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친정’이었던 한진그룹 역시 조현아 전 부사장을 오너일가가 아닌 ‘외부세력’으로 취급하며 조현아 전 부사장의 부정적 면을 들춰내는 것을 여론전의 주된 무기로 삼고 있다.

한진그룹 노조 등이 주주연합을 지금의 한진그룹 위기를 불러온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잡은 외부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한진그룹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과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맡았던 호텔사업의 경영 악화, ‘땅콩회항’ 등을 들어 조현아 전 부사장의 ‘무능함’을 직접적으로 꼬집었다.

이명희 전 이사장과 조현민 전무 등은 조원태 회장체제를 지지한다면서도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며 화해의 여지를 남겨뒀지만 이제는 한진그룹 오너일가도 조현아 전 부사장과 명확하게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겨냥해 ‘아버지의 유훈’을 따라 공동경영을 하고 있지 않다며 경영권 분쟁을 촉발시켰지만 점차 명분을 잃고 양쪽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고 있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조현아 전 부사장을 다시 품에 안을 가능성도 매우 낮다.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인 데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다시 손을 잡으면 여론의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 이번 사태에서 충분히 겪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