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정유 자회사 SK에너지가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의 가동을 앞두고 있다.

조경목 SK에너지 대표이사는 탈황설비의 가동시점을 크게 앞당겨 올해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조경목, SK에너지 탈황설비 기동시점 앞당겨 실적반등의 발판 마련

조경목 SK에너지 대표이사 사장.


23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울산 콤플렉스(CLX)의 탈황설비를 현재 시운전하고 있으며 이르면 3월 말 상업가동을 시작한다.

탈황설비는 가격이 저렴한 벙커씨유 등 고유황유(HSFO)를 투입해 황산화물 함량이 낮은 저유황유(LSFO)를 생산하는 설비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해사기구의 선박연료유 황함량 규제(IMO2020)로 2020년부터 저유황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 예상하고 2017년 SK에너지의 탈황설비 건설을 추진했다.

애초 탈황설비의 완공시점은 올해 7월이었다. 그러나 기계적 완공 자체는 1월 말 이미 완료됐다는 점에서 조 사장이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조 사장은 앞서 2일 SK이노베이션의 뉴스채널 스키노뉴스(SKinnoNews)와 인터뷰에서 “저유황유 시황은 선주사들의 비축유 재고가 소진되는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탈황설비의 가동을 이 시기에 맞출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설비가 본격 가동하면 SK에너지의 저유황유 생산량은 일 3만 배럴에서 7만 배럴로 늘며 SK에너지는 국내 최대의 저유황유 생산기업이 된다.

SK이노베이션은 탈황설비 가동으로 SK에너지의 영업이익 개선효과가 연 2천억~3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SK에너지의 실적이 연일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뭄에 단비라고 할 수 있다.

SK에너지는 2018년 영업이익 8286억 원을 거둬 2017년보다 38.5% 줄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정유제품의 수요가 줄어든 데다 미국의 셰일 혁명으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공급이 늘어 국제유가까지 떨어지면서 재고 평가손해를 입은 탓이다.

이런 불리한 업황은 현재진행형이다. SK에너지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3191억 원을 거뒀는데 2018년 같은 기간보다 73.1% 줄었다.

통상 SK에너지가 SK이노베이션의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절반을 책임져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SK에너지의 부진은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의 어려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조 사장이 탈황설비에 거는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조선업계에서는 IMO2020 환경규제의 근본적 대안이 결국 황산화물을 배출하지 않는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이라고 바라본다.

그러나 해운업계에서는 LNG추진선을 새로 발주하거나 중고선박을 LNG추진선으로 개조하기가 여의치 않은 선주사들도 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선주사들은 스크러버(황산화물 세정장치) 설치와 저유황유 사용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데 스크러버는 오염수를 결국 배출해야 한다는 한계 탓에 입지가 줄어들고 있어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의 절반 이상도 저유황유를 선택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한다. 그만큼 저유황유의 입지가 넓어지는 셈이다.

국제에너지기구(EIA)는 글로벌 선박용 저유황유시장이 하루 평균 2019년 10만 배럴에서 올해 100만 배럴로 급격히 확대될 것으로 본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