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휩쓸면서 환호와 갈채, 축제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 요즘이다. 

오리지널 한국영화로 세계적 인정을 받은 건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이 영화가 왜 이토록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을까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씁쓸함도 크다.
 
새 책 ‘한국경제 딱 한 번의 기회가 있다’, 최남수의 양손잡이 경제론

▲ 새 책 '한국경제 딱 한번의 기회가 있다' 표지이미지.


영화적 대성공을 가져온 원인을 따져보면 하나 둘을 꼽는 것만으론 부족할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 수상 소감을 밝히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것을 가르쳐준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영광을 돌렸다. 

봉 감독의 어법을 빌어 기생충이 콧대 높기 그지없는 아카데미 회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을 표현해보자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축약될 듯하다. 

여기서 ‘한국적’이란 과거 서편제 류의 한국영화가 추구했던 다분히 회고적이고 (서양인들의 눈에) 이국적인 문화적 다름이 아니다. 

영화적 현실이 비추는 양극화의 단면이 더 이상 우리만이 겪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지구촌 전체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보편적 상황이란 점에서 한국적인 동시에 세계적인 것이다.     

새 책 ‘한국경제 딱 한 번의 기회가 있다’(도서출판 새빛)는 경제기자로 살아온 저자가 한국경제의 갈 길을 고민하고 사유한 결과물이다. 

저자 최남수씨는 한국경제신문, 서울경제신문, SBS 경제부 기자 등을 거쳐 YTN 사장을 지냈으며 현재 SK증권 사외이사, 퇴직연금개발원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튜브채널 '행복한100세'와 '열린경제연구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한국경제의 상황을 놓고 진보와 보수 양쪽 진영의 진단이 제각각인 요즘 이념적 편 가르기를 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현실을 바라보고 해법을 내놓는 데 집중한 책이다. 

성장 둔화와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저성장국면에 접어들었고 저출산, 고령화, 불평등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전체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1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국면이 어디까지 왔는지, 또 앞으로 얼마나 더 계속될 것인지를 진단하는 데 할애됐다. 

2장은 양극화가 불러온 불평등 현상과 원인을 짚어보고 3장에서 한국경제가 안팎으로 직면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제시한다.  

저자는 필립 슈미터가 언급했던 ‘양손잡이 민주화’를 인용해 ‘양손잡이 경제’를 대안으로 내놓는다. 

성장과 분배 모두에 문제가 생겨난 지금 오른손에 성장을, 왼손에 분배를 균형있게 추구하는 양손잡이 경제의 유연한 시선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결론만 놓고 보면 다소 원론적인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정부와 기업, 시장참여자들이 귀기울여볼 만한 풍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