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까?

서 회장은 이르면 6개월 안에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고려해야 할 변수도 너무 많다.
 
[오늘Who] 셀트리온 신종 코로나 치료제 개발, 서정진 시간과 싸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기존 치료제나 신약 후보물질을 이용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가 41명의 환자에 처방됐는데 그 가운데 28명(68%)이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길리어드의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신종 코로나 환자에 효과를 보였다.

3일에는 중국에서 렘데시비르와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조합으로 임상3상이 시작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이 개발하고 있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치료물질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메르스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같은 바이러스군의 일종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메르스와 50%, 사스와 77.5%의 상동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유사성 때문에 메르스 치료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메르스 치료물질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는지 늦어도 2주 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중국 정부와 협력해 바로 임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정진 회장은 “현재 중국 정부와 메르스 치료물질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는지 협조하고 있다”며 “협력이 잘 이뤄지면 치료제 개발까지는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미 메르스 치료물질을 중국 정부에 넘긴 상태”라며 “사태가 긴급한 만큼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빠르게 다음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이 서 회장의 계획처럼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우선 메르스치료제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사용되기에 유사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다.

김명철 대한약사회 학술위원은 10일 대한약사저널을 통해 “메르스는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사성이 사스보다 낮기 때문에 메르스 기준 치료법보다 사스 기준 치료법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도 치료제 개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늘Who] 셀트리온 신종 코로나 치료제 개발, 서정진 시간과 싸움

▲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가 분리해 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연합뉴스>


독감은 4~5가지의 바이러스 유형이 정해져 있어 치료가 가능하지만 감기는 200종 이상의 변이가 존재해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대표적 감기 바이러스이며 사스와 메르스 때도 변이형이 문제가 됐다.

치료제를 개발하는 사이에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면 신약 연구개발이 무의미해질 수 있는 것이다. 2015년 유행했던 메르스의 치료제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은 것도 이런 변이성 때문이다.

예방백신 개발은 더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백신을 개발하려면 수만 명의 정상인 대상 임상이 필요해 엄청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따라서 그만큼 상용화됐을 때 시장성이 있어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자 수 증가 속도가 안정화된다면 제약사가 백신을 개발한 요인은 줄어든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사태 때도 감염자 수 증가 추이는 1~2개월 만에 안정화되면서 백신 개발의 필요성이 감소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예방백신의 상업화에 관한 기대는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고 치료제도 임상개발 중간에 사태가 진정되면 쓸모없어질 수 있다”며 “기존 치료제에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찾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