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이 서울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략을 짜는 데 머리를 싸매고 있다.

조합의 기존 설계안을 크게 벗어나는 혁신설계를 제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합원을 설득할 차별화한 매력지점을 찾아야 한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한남3구역 재개발 차별화 설계 머리싸매

▲ (왼쪽부터)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 배원복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대표, 임병용 GS건설 대표.


5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이 최근 입찰공고를 내고 시공사 선정작업을 다시 시작했는데 수주전은 기존 조합 설계안의 변경 범위 안에서 각 건설사가 얼마나 매력적 설계안을 제시하느냐에 달려있다.

서울시는 도시정비 수주전의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 건설사가 조합의 기존 설계안에서 10% 이상 변경된 설계안을 제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강화로 각 건설사가 추가 금융지원 카드 등을 쓰기 여의치 않은 만큼 설계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지난해 1차 시공사 입찰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이 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을 대표하는 대형 건설사인 만큼 브랜드 파워, 신용도, 재무건전성 등을 놓고 볼 때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은 1차 시공사 입찰 때 기존 설계안을 크게 벗어난 각자의 설계를 제시했는데 이를 기준에 맞게 수정하면서도 조합원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

조합의 기존 설계안을 최대한 지키면서도 차별화한 설계를 제시한 사례는 한남3구역 옆에서 최근 벌어진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재건축사업 수주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GS건설은 당시 기존 조합 설계안을 10% 이내로 변경해 ‘현실 가능한 대안설계’라는 점을 내세우면서도 스카이라운지, 지하주차장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아 시공권을 따냈다.

건설업계에서는 기존 설계안의 10% 변경 허용 범위를 어디까지 볼지를 놓고 각 건설사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10% 변경 허용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각 건설사는 재량에 따라 변경 설계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제안서 제출 이후 다른 건설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면 경쟁력 측면에서 지나치게 과도하면 불법 수주전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설명회 이후 기존 설계안에서 넣을 것은 넣고 빼는 건 빼는 수정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당장 기존 설계의 10% 변경 범위를 어디까지 볼지부터 고민”이라고 말했다.

건설사가 설계 변경 과정에서 입주민 실생활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부분을 찾아 강조할 가능성도 나온다.

대림산업은 1차 시공사 입찰 때 한 대당 주차공간을 넓히면서도 지하주차장을 가구당 1.8대까지 확보하는 설계안을 제시했는데 실생활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조합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지도 각 건설사가 고민하는 지점으로 파악된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상대적으로 상가 조합원 비중이 높은 사업장으로 평가돼 상가 조합원의 표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전체 조합원 3880여 명 가운데 500여 명(13%)이 상가 조합원이다.

건설사들이 1차 시공사 선정 때 낸 제안서를 보더라도 현대건설은 현대백화점그룹, 대림산업은 글로벌 상업공간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와 손잡고 상업시설에 힘을 실었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한남3구역 재개발 차별화 설계 머리싸매

▲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전경. <연합뉴스>


건설사가 혁신설계를 제안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사비를 낮추는 방안도 선택할 수 있으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미 한남3구역에 최고급 아파트를 짓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공사비를 낮추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를 짓는다는 역공을 받을 수 있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현장설명회 전으로 입찰조건 변경 등 아직 바뀐 내용이 파악되지 않은 단계”라며 “수주전이 본격화하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수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수주전은 건설사의 전략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조합원들이 사업에 속도를 내기 원하는 만큼 각 건설사는 결과적으로 사업 지연을 유발할 수 있는 과도한 제안보다는 안정적 제안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조합은 10일 현장설명회를 열고 3월28일 입찰을 마감한다는 내용을 담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1일 내고 시공사 선정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사업비만 2조 원에 육박하는 도시정비시장 최대어로 애초 지난해 시공사 선정작업을 진행했으나 과다경쟁에 따른 국토부와 서울시의 제재에 따라 시공사 선정을 뒤로 미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