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투자상품의 환매연기 사례가 계속해 발생하면서 대규모 손실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쟁사인 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도약에 속도를 내는 사이 신한금융투자는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계획을 미루고 당장 발등의 불부터 꺼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신한금융투자 투자상품 환매연기 '눈덩이', 초대형투자은행도 멀어져

▲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


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가 국내외에서 연달아 발생한 펀드 및 파생상품 환매연기로 영향을 받고 있는 금액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사태로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을 통해 라임자산운용에 빌려준 약 3500억 원을 언제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이 신한금융투자에서 가입한 라임자산운용 펀드상품 판매액도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가 지난해 판매한 독일 부동산 파생결합증권(DLS)도 전체 약 3900억 원 가운데 이미 1100억 원가량의 만기일이 지났는데 상환이 미뤄지고 있어 나머지 금액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 자산운용사가 설계한 독일 부동산 파생상품은 현지에서 부동산 개발에 차질이 생기고 시행사의 자산 매각도 늦어지면서 신한금융투자를 포함한 판매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에서 이 상품이 판매된 금액은 52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는데 신한금융투자에서만 3900억 원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나 환매 연기나 중단에 따른 피해가 집중될 공산이 크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가 사모펀드를 원래 잘 하고 있었기 때문에 독일 부동산 파생상품과 라임자산운용 펀드 등 투자상품의 판매액도 많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 신청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다 무리하게 상품 판매를 늘린 것이 원인이 아니냐는 의혹도 고개를 들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신한금융투자를 신한금융그룹 비은행계열사 강화 전략의 중심에 놓으면서 수수료수익 기대가 큰 분야에 사업이 집중돼 리스크를 키웠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에 맺은 총수익스와프 계약은 증권사가 돈을 빌려주고 수수료 수익을 거두는 방식으로 자산운용사가 자금을 비교적 쉽게 조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자산운용사가 자금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TRS계약을 통해 펀드 운용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위험성이 비교적 큰 방식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펀드에 부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맺었다는 의심을 두고 검찰조사 의뢰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에서 공식적으로 관련된 내용을 전달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독일 부동산 파생상품도 충분한 검증 없이 위험을 안고 판매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 금감원의 정식조사를 거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이 신한금융투자의 투자상품 검증과 판매 등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한다면 강도 높은 제재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계약과 상품 검증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해도 대규모 환매중단사태와 소비자 피해 또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사업에 큰 차질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조용병 회장은 지난해 신한금융투자에 66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주도하면서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 조건인 자기자본 4조 원을 맞추도록 해 비은행계열사 육성 전략에 속도를 냈다.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를 받으면 발행어음사업자로 등록해 막대한 사업자금을 추가로 조달할 수 있는 만큼 신한금융투자가 대형 증권사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는 당장 투자상품 환매연기에 따른 손실과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게 돼 당분간 인가신청을 내기 어렵다.

경쟁사인 하나금융투자는 4일 하나금융지주가 참여하는 5천억 원가량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자기자본 4조 원을 충족해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를 먼저 받아 경쟁에 앞서나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하나금융투자가 증권사들의 치열한 경쟁판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된 셈이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해외 자산운용사의 움직임과 금감원 조사결과 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는 현재 상황에서 우선순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