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Who] 모두에게 외면받는 손학규, 명예로운 퇴진도 쉽지 않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월28일 국회에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요구를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자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당내 당권파 의원들로부터도 외면을 받는 처지에 몰렸다.

손 대표는 당내 지도력 상실에 따라 바른미래당의 공중분해를 막고 비교적 나은 모양새로 당대표에서 내려올 기회를 잡기도 어려워 보인다.

4일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탈당은 놓고 손 대표체제의 와해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바라본다. 

이 의원의 탈당은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 가운데 첫 탈당인데다 이 의원은 당권파 가운데서도 손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이미 유승민계 의원들이 탈당했고 안철수계 의원들도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맞춰 ‘셀프 제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학규계 의원들의 이탈까지 가시화된 것이다.

그만큼 손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데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탈당선언문에서 “손 대표님과의 의리를 제 삶의 도리라 여기는 마음만은 변치 않을 것”이라면서도 “비정한 정치판에서 저라도 의리와 낭만이 있는 정치를 하고자 했으나 이제 한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당권파 의원들은 손 대표에게 10일을 시한으로 당 대표 사퇴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요구하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집단탈당을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손 대표가 당에 혼자 남지 않기 위해서는 당대표 사퇴가 불가피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손 대표의 처지에서는 당대표를 내려놓은 뒤 당권파 의원들을 추스르며 당을 재정비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 대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 의원들도 손 대표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이지 손 대표를 아예 당에서 축출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건 아니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누가 되는 건지 묻는 질문에 “손 대표가 가장 신뢰하고 당을 잘 아는 분 가운데 선정하면 된다”며 “그러면 당의 총의를 모아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손 대표가 끝까지 선거를 치르겠다는 생각을 내려 놓으면 문제는 그냥 일거에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지금도 손 대표를 존경하고 사랑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손 대표가 어떻게 보면 사무총장인 제가 이렇게 건의를 드렸다는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주기를 이 자리를 빌려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손 대표는 당대표를 내려놓지 않는 이유로 당 쇄신을 위한 청년 정치세력과 통합, 진보야권의 통합 등 아직 할 일이 있다는 점을 든다.

정치권에서는 손 대표의 의도를 놓고 당대표라는 이름으로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 등과 통합 추진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 통합 뒤 진보야권에서 정치적 지분을 높이려 한다는 말도 나온다.

바른미래당은 교섭단체로 국고보조금을 받아왔던 만큼 대안신당이나 민주평화당 등보다 비교적 당내 자산 규모도 클 것으로 추정된다.

손 대표는 3일 유성엽 대안신당 통합추진위원장에게 “바른미래당과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3당을 통합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이 바른미래당과 진보야권의 통합을 논의하면서 당내 지도력을 잃은 손 대표를 적절한 대화상대로 여기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총선이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아 통합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는 1월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을 향해 “늦어도 총선 두 달 전인 2월 중순까지는 통합의 틀을 완성하자고 거듭 제안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