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윤종원, IBK기업은행 갈등 불씨 안고 혁신동력 겨우 얻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1월29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기업은행>

“아침에 집을 나서며 ’언젠가 만나게 될 거에요’라는 IBK기업은행 광고문구가 떠올랐다. 기업은행 경영이 지연돼 마음이 무겁지만 비가 온 뒤 땅이 굳듯 추진동력을 더하겠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29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취임식을 열고 그동안 마찰을 빚어 왔던 기업은행 노조와 갈등을 마무리하고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업은행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중소기업의 사업자금 수요 대응과 모험자본 공급, 금융 소외계층 지원 강화 등 기업은행 본연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윤 행장은 취임 첫 날인 3일부터 기업은행 본점으로 출근하려 했지만 기업은행 노조가 입구를 막고 윤 행장의 출근을 물리적으로 저지하며 여러 차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9일에는 본점으로 처음 출근한 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과 취임식에 나란히 참석하며 한 달 가까이 이어졌던 노사갈등이 원만하게 마무리되었음을 알렸다.

윤 행장이 기업은행장 선임권한을 들고 있는 정부에서 충분한 능력을 검증하지 않고 임명한 ‘낙하산인사’라는 꼬리표를 떼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윤 행장 선임이 낙하산인사에 해당한다는 노조 주장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사과한 끝에 노조 합의가 마무리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부정적 반응을 예상하면서도 기업은행장 임명을 강행한 정부에 어느 정도 마음의 빚을 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외부 출신의 행장을 선임해 기업은행의 변화를 임무로 맡기고 정부의 혁신금융 정책에 기업은행이 더 크게 기여하기 바라는 정부의 뜻에 적극 보답하려 할 공산이 크다.

윤 행장은 “대통령도 혁신금융을 통해 기업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데 믿음을 보였다”며 “금융산업 변화의 물꼬를 트고 한국경제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형선 위원장도 “윤 행장이 대통령의 바람대로 기업은행의 혁신을 이끌기 바란다”며 “직원과 함께하는 혁신을 추진한다면 노조도 지옥까지 함께 가겠다는 생각으로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윤 행장이 임직원과 주주들에 인정받고 정부의 신뢰에도 보답하려면 기업은행 경영을 통해 가능한 일찍 성과를 증명하는 일이 중요하다.

1월 중순부터 미뤄지고 있는 기업은행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최대한 앞당기는 일이 첫 과제다.

윤 행장은 취임사에서 “변화를 거부하는 은행은 결국 사라질 것”이라며 “은행과 자회사가 시너지를 충분히 발휘할 방안을 찾고 글로벌 점포 확대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이 주요 시중은행의 뒤를 따라 디지털과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계열사들 사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업체도 구성하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실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저금리와 세계 경제 불확실성으로 기업은행도 다른 은행들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만큼 주요 수익원인 이자수익에 의존을 낮추고 사업 영역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의 의사결정 체계를 단순화해 속도를 높이고 유연성을 더하는 조직문화 개선방안도 향후 주요 경영목표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신생기업과 중소기업을 위한 사업자금 공급을 더욱 활성화하고 금융 소외계층 지원을 강화해 정부의 경제정책에 발맞추는 변화도 추진된다.

윤 행장은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이 중심이라 다른 은행보다 불리한 여건에도 놀라운 성장을 이뤄냈다”며 “중소기업을 일으켜 국가경제를 살리는 소명을 수행하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다만 윤 행장이 기업은행장에 정식으로 취임하기까지 노조와 오랜 갈등을 겪었던 만큼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업은행 측은 노조가 요구한 임금체계 개편 중단과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 직원 처우개선 등 요구를 받아들여 윤 행장 취임에 노사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시행 여부와 희망퇴직제도 도입 등 노조가 민감하게 바라보는 사안들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

윤 행장은 “희망퇴직 등 문제는 다른 국책은행과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노사합의문에 들어간 내용을 바탕으로 노사가 협의해 제도 개선에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