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조만간 수출확대 전략 등을 담은 중장기 사업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완 쿠마 고엔카 마힌드라앤마힌드라 사장 겸 쌍용차 이사회 의장은 최근 한국 정부와 KDB산업은행 관계자를 만나 쌍용차의 흑자전환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지원을 요청했는데 확답을 받지 못했다.
 
예병태, 산업은행 지원 받기 위해 쌍용차 흑자전환 청사진 다듬어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예 사장은 고엔카 사장이 내놓은 큰 그림에 세부내용을 채워 정부와 산업은행 설득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예 사장은 2022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쌍용차의 중장기 사업계획을 짜고 있다. 

고엔카 사장이 산업은행에 신차개발 등에 모두 5천억 원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던 만큼 예 사장은 지원이 이뤄지면 어떻게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출 확대전략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 

예 사장은 마힌드라앤마힌드라와 포드의 합작사를 통해 해외에서 판매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다. 

마힌드라앤마힌드라는 포드와 쌍용차 제품에 포드 이름을 달고 판매하는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는데 포드의 해외 판매망과 쌍용차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면 해외 판매를 늘리는 게 수월할 수 있다.  

마힌드라앤마힌드라 역시 포드와 합작사에 쌍용차가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꾸준히 내비친 만큼 실현 가능성도 높다. 

영문 온라인매체 아시아타임즈(atimes.com)는 고엔카 사장이 한 언론매체와 한 인터뷰를 인용해 마힌드라앤마힌드라가 합작사에 쌍용차를 참여시키길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엔카 사장은 인터뷰에서 “포드는 우리와 쌍용차의 관계를 잘 알고 있고 쌍용차 경영진 역시 합작사에 동참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수출 부진이 발목을 잡아 3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 수출거점으로 유럽시장을 점찍고 코란도나 렉스턴스포츠 등 판매에 주력하고 있지만 낮은 브랜드 인지도 등 장벽에 부딪혀 판매실적이 저조하다. 2019년 쌍용차의 해외 판매량은 전년보다 19.7% 줄었다. 

예 사장은 정부와 산업은행을 설득하기 위해 쌍용차의 신차 포트폴리오 강화를 전략으로 제시할 수 있다.

고급모델 출시, 전기 및 하이브리드 엔진을 단 친환경차 개발 등이 뼈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2017년 12월 고급 세단인 ‘체어맨’ 판매를 중단했는데 자동차 업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수익성을 높은 고급차를 다시 내놓을 수도 있다.

정부와 산업은행 관계자도 고엔카 사장과 면담에서 쌍용차의 미래차 경쟁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 사장은 누구보다도 제품 경쟁력 강화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예 사장은 지난해 8월 쌍용차의 자구안을 내놓으며 “내수와 수출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고객이 사고 싶고 소유하고 싶은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기본적으로 디자인과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동안 회사는 이 부분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사 자구안을 추가로 마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복지 축소, 인건비 절감 등에 합의했지만 정부와 산업은행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세금을 사용하는 산업은행으로서는 쌍용차 지원에 충분한 ‘명분’이 필요하다. 산업은행이 2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던 한국GM과는 상황이 다른 만큼 쌍용차 노사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자칫 산업은행은 물론 쌍용차도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

16일 고엔카 사장과 예 사장,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면담이 끝난 뒤 산업은행 관계자는 “쌍용차가 충분하고도 합당한 수준의 실현 가능한 경영계획을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동참과 협조 하에 조속히 정상화 되기를 기대한다”고 사실상 쌍용차 노사의 자구 노력을 요구했다.

쌍용차는 2019년 3분기까지 11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냈다. 2019년 3분기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