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GV80에 국내외 언론의 호평이 쏟아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올해 GV80을 앞세워 미국 공략을 가속화함과 동시에 유럽과 중국시장도 개척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자신감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에게 제네시스 첫 SUV GV80 진짜 승부처는 미국에서 성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정 수석부회장은 앞으로 GV80를 들고 미국에서 이미 고급차 시장을 꽉 쥐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기업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전략을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15일 세계 최초로 공개된 제네시스 GV80에 우호적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모터1은 “제네시스가 드디어 최신 럭셔리 SUV로 세계에 데뷔했다”며 “제네시스가 스타일과 기술 등의 영역에서 (다른 고급차 브랜드의) 자리를 개척하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평가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더드라이브도 “제네시스가 브랜드 정체성으로 강조한 대형 크레스트 그릴(방패 모양의 그릴)과 쿼드 램프와 같은 디자인은 다른 브랜드의 차량을 넘어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네시스가 GV80에 여러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탑재했음에도 가격을 경쟁력 있게 책정했다는 평가들도 나온다.

제네시스는 GV80에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 기술과 인체공학적 시트 시스템인 에르고 모션 시트, 차선을 자동으로 변경해주는 고속도로 주행보조Ⅱ 기능,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등을 장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네시스는 GV80을 BMW X5나 메르세데스-벤츠 GLE, 아우디 Q7, 렉서스 RX, 재규어 F페이스와 같은 경쟁모델보다 최소 1500만 원가량 저렴하게 내놨다.

제네시스가 GV80 판매에 들어간 첫날 내수 판매목표의 절반을 주문받았다는 사실에서 이미 국내에서의 성공은 입증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 수석부회장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GV80의 앞날이다.

GV80의 국내 돌풍이 정 수석부회장의 올해 목표인 미국 제네시스 판매 확대와 유럽과 중국 공략에도 긍정적 신호를 주는 요인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미국에서 ‘제네시스의 첫 SUV’라는 이름값을 증명하는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고급차 브랜드로 분류되는 메르데세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3사가 2019년 미국에서 거둔 판매량은 각각 35만2129대, 32만4825대, 22만4111대 등이다.

제너럴모터스(GM) 산하 브랜드 캐딜락과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판매량도 각각 15만6250대, 29만8112대 등이다.

이들과 비교할 때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량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제네시스의 2019년 미국 판매량은 2만1천 대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주요 경쟁기업들의 판매량과 비교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주소다.

제네시스가 경쟁할 브랜드들은 미국 진출 최소 30년의 역사를 지닌 강자들로 이미 고급차시장을 꽉 쥐고 있다. 올해로 브랜드 출범 5년째를 맞이한 제네시스로서는 낮은 브랜드 인지도부터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의선에게 제네시스 첫 SUV GV80 진짜 승부처는 미국에서 성공

▲ 제네시스 'GV80'.


정 수석부회장이 GV80 투입을 앞두고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 증가를 위해 전열을 정비해둔 만큼 이에 부응하는 성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9년 10월 제네시스 북미담당 최고경영자(CEO)에 아우디 출신의 ‘럭셔리 브랜드 전문가’ 마크 델 로소를 영입했으며 같은 달 제네시스를 총괄하는 사업부장에 해외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이용우 부사장을 임명했다.

로소 CEO는 2008년부터 9년 동안 아우디 미국 법인 최고운영책임자를 맡으면서 ‘77개월 연속 판매량 증가’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쓴 인물이다.

이용우 부사장은 제네시스사업부장을 맡기 이전에 현대차 아중동사업부장과 해외판매사업부장, 브라질법인장, 북미권역본부장, 미주권역지원담당을 역임하는 등 오랜 기간 현대차 해외영업을 담당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시장 개척 의지를 다지고 있는 유럽과 중국에서 GV80이 먹혀들지도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유럽 전역에서 판매된 고급 중형SUV는 50만 대가량으로 추산된다. 결코 작지 않은 시장규모이지만 현대차는 과거 제네시스로 유럽에서 충분한 고급 브랜드의 인지도를 쌓지 못해 사실상 시장 안착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중국시장도 만만치 않다.

자동차시장 분석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체 자동차시장 규모가 대폭 후퇴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3사와 일본 브랜드는 비교적 약진한 반면 고급 이미지를 쌓지 못한 다른 브랜드는 판매 하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차가 2017년 이후 중국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배경에는 브랜드의 위치가 ‘애매모호하다’는 이유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를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에 이은 GV80 출시 등으로 해결해낼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