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첫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GV80의 초반 흥행에 성공했지만 차량의 ‘안정적 출고’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현대차는 대형SUV 팰리세이드 출시 때도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고객들이 몰린 탓에 차량을 제때 인도하는데 애를 먹었는데 이런 사태가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제네시스 GV80 초반 대흥행, 팰리세이드 때처럼 긴 출고지연 불가피

▲ 제네시스 'GV80'.


16일 현대차와 제네시스 관계자들에 따르면 1월에 현대차가 울산2공장에서 생산할 GV80은 5인승 500대, 7인승 1천 대 등 모두 1500대 안팎인 것으로 파악된다.

2월에도 GV80의 생산량은 2천 대 안팎으로 예정돼 있다. 3월부터 생산량을 4천 대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GV80의 생산량을 월별 2천 대 안팎으로 정한 것은 판매목표와 관련돼 있다.

장재훈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은 15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GV80 출시행사에서 GV80의 올해 국내 판매목표로 2만4천 대를 제시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주문이 들어오면서 벌써부터 차량의 장기간 출고 대기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하루 동안 GV80을 계약한 고객들만 1만5천 명가량이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맨 마지막에 계약한 고객은 최소 7달을 기다려야 한다.

현대차가 GV80의 공식 출시 이전에도 공장에서 생산을 통해 재고를 일부 쌓아놓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현재 계획대로라면 차량의 빠른 출고가 이뤄지기는 힘들다.

소비자들이 더욱 걱정하는 부분은 GV80의 미국 수출이 반 년 안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제네시스는 1분기에 미국에서 GV80을 공개하고 여름에 GV80의 본격 판매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제네시스는 모든 차량을 국내 공장에서만 생산해왔는데 이에 따라 GV80도 울산2공장에서만 단독으로 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가 3월부터 GV80의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모두 미국 출시를 염두에 둔 것이다.

결국 내수 판매만을 위한 국내용 GV80의 증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GV80을 계약한 고객들이 팰리세이드를 계약했던 고객들과 비슷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GV80의 고급성을 강조하기 위해 도입한 개인 맞춤형 판매제도도 차량 출고에 영향을 줄 변수로 꼽힌다.

제네시스는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급차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개인 맞춤형 판매방식인 ‘유어 제네시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들이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차량의 엔진과 구동 방식, 인승, 옵션 패키지, 내장 디자인 패키지 등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판매방식이다.

제네시스에 따르면 이런 고객중심의 판매방식 도입에 따라 모두 10만4천 가지의 GV80 조합이 가능하다. 

제네시스는 고객 선호모델에 대한 양산시스템을 병행해 운영하며 생산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수의 조합이 가능하다는 전제 때문에 GV80의 생산능력을 획기적으로 늘리기에는 일정 부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GV80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팰리세이드 출시 때도 초기 생산 계획 7만 대에서 현재의 15만 대로 증산하기까지 약 10개월이 걸렸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