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이사가 올해 대규모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맺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 대표는 ‘약물전달 기술’과 같이 다양한 의약품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바탕으로 매년 한 개 이상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로 기술수출 잰걸음

▲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이사.


16일 에이비엘바이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다양한 글로벌 제약사 관계자들을 만나며 기술수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17년부터 4년 연속 공식 초청받아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2016년에 세워진 것을 고려하면 창사 이래 매년 참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이번 행사에서 파킨슨병 치료 후보물질인 ‘ABL301’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는 15일 “글로벌 제약사 6~7개 회사와 미팅을 진행했고 유럽 회사와도 방금 미팅을 끝내고 왔다”며 “ABL301에 관한 논의와 ABL301에 적용된 ‘BBB셔틀’이라는 플랫폼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BBB셔틀이란 약물이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뇌혈관은 일반 혈관에 비해 조직구성이 훨씬 촘촘해 혈액 내에 녹아든 약성물질이 뇌 속으로 전달되기 어렵다. 이런 문제는 뇌에 질환이 생겨 발생하는 중추신경계(CNS)분야 치료제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하나의 항체가 서로 다른 2개의 항원에 결합하도록 하는 ‘이중항체’ 기술을 통해 이를 해결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약물의 한쪽은 뇌신경질환 치료 성분을, 다른 한쪽은 뇌혈관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단백질로 구성해 투과율을 높여 치료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현재 ABL301에 BBB셔틀을 붙여 약물의 유효성(in-vivo efficacy)을 검증하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뿐만 아니라 글로벌제약사인 로슈와 제넨텍 등도 BBB셔틀을 개발하고 있다. 로슈는 최근 세계 최초로 BBB셔틀을 붙인 이중항체를 활용한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임상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뇌혈관장벽 통과를 위해 약물 크기를 줄이면 반감기가 짧아져 약효가 금세 사라진다”며 “로슈, 제넨텍 같은 글로벌 바이오기업도 늘리지 못한 반감기를 독자적 이중항체 기술로 해결하려는 것이 에이비엘바이오의 차별화된 점”이라고 말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16년에 설립된 신생기업이지만 1조4천억 원 규모의 누적 기술수출에 성공했을 만큼 기술력으로는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2018년에는 신생혈관억제 이중항체 ‘ABL001’을 6천억 원대에 기술수출하며 국내 바이오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대표는 2019년에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데 실패했지만 올해부터는 매년 한 건 이상의 기술수출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중항체, BBB셔틀 등 다양한 약물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모두 23개나 보유하고 있다. 다른 중소 바이오기업들과 비교하면 굉장히 많은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초기단계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빠르게 기술이전을 추진하는 경영전략을 취하고 있다. 개발자금과 임상경험이 부족한 바이오벤처기업에 가장 효율적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약 개발은 실패 리스크가 매우 크고 임상3상에 들이는 비용도 수백억 원에서 1천억 원대에 이르기 때문에 자금력이 부족한 바이오벤처는 감당하기 힘들다”며 “에이비엘바이오는 더 큰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그들의 전략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야 할 일만 남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