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이 올해 주력 건조선박인 MR탱커(순수화물 적재량 5만 DWT 안팎의 액체화물운반선) 수주를 크게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선박 발주시장에서 MR탱커 발주가 호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까지 늘어날 환경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포조선, MR탱커 발주 호황기 맞아 수주 늘릴 기대 부풀어

▲ 신현대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선박시장에서 중고 MR탱커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선박연령이 15년인 MR탱커의 재판매 가격이 지난해 12월 1200만 달러로 집계돼 1년 전보다 30% 비싸졌다.

현대미포조선으로서는 긍정적 업황 변화다.

현대미포조선을 선호하는 그리스와 아시아의 선주사들은 선박연령이 15년가량 된 액체화물운반선(탱커)을 매각하고 새로 건조한 고사양의 선박을 확보해 비싼 운임을 받는 전략을 펴기 때문이다.

클락슨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선주사들의 MR탱커 발주는 2000~2005년과 2010년대 초에 집중됐다. 둘 중 앞선 시기에 선박을 발주했던 선사들이 선대를 최신 선박으로 유지하고자 한다면 지금이 중고 선박을 판매하기에 좋은 시기다.

게다가 국제해사기구가 올해부터 선박연료유 황함량규제를 시행하며 선주들이 새로운 선박으로 선대를 꾸리기 위한 선박 발주에 적극적으로 나설 만한 요인도 만들어지고 있다.

해운사들이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이나 스크러버(황산화물 세정장치)를 설치한 선박의 운임을 높게 설정하고 있어 액체화물운반선의 운임지표인 발틱유조선지수(BDTI)는 2019년 1월 900포인트 수준에서 올해 1월 둘째 주(6일~10) 1473포인트까지 뛰었다.

반면 MR탱커의 1척당 선박 건조가격은 클락슨리서치 집계 기준 3580만 달러로 올해 1월과 지난해 1월의 변화가 없다. 같은 건조가격으로 높은 운임효율을 볼 수 있게 돼 투기성 발주에 나서는 선주사들까지 나올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현대미포조선은 글로벌 MR탱커 수주시장의 50%가량을 차지하는 조선사인 만큼 올해 긍정적 업황의 수혜를 최대로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 선박 발주량을 좌우할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현대미포조선이 누리게 될 수혜의 크기가 얼마나 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글로벌 조선사들의 MR탱커 수주잔고와 글로벌 선복량(선박이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최대중량)의 비율이 8%대로 사상 최저치 수준이라는 점에서 현대미포조선의 수혜폭이 ‘역대급’이 될 가능성을 내놓는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MR탱커 발주를 향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현대미포조선은 2013년과 같이 미리 예상하기 어려운 호황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미포조선은 2013년 135척의 MR탱커를 수주했다. 그리고 이 물량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2015년에는 2014년 8680억 원의 적자를 뒤집고 66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좋은 기억이 있다.

게다가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수주에서 선박의 척수뿐만 아니라 수익성까지 잡을 수도 있다. 높은 수준의 선박 건조기술을 보유한 만큼 MR탱커를 LNG추진방식이나 스크러버 탑재사양으로 수주하며 선박 건조가격에 프리미엄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9일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현대미포조선이 러시아 국영해운사 소브콤플로트(Sovcomflot)에서 MR탱커 3척을 1척당 5천만 달러에 수주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MR탱커 1척당 평균 건조가격인 3580만 달러보다 높은 가격으로 현대미포조선이 선박을 LNG추진방식의 내빙선 사양으로 수주했기 때문이다.

현대미포조선이 수주한 선박을 놓고 트레이드윈즈는 LNG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이중연료 추진엔진 프리미엄으로 800만~1천만 달러가 추가됐으며 400만~500만 달러의 내빙선 사양 프리미엄이 붙었다고 분석했다.

현대미포조선의 올해 MR탱커 호황을 향한 기대는 수주목표에도 반영돼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수주목표를 36억5천만 달러로 설정했다. 2019년의 수주목표와 비교하면 3.4% 높은 수준에 그치지만 실제 수주금액보다는 43.1%나 높은 수치다.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지난해 실제 수주량을 감안하면 올해 수주목표는 결코 적게 올려잡은 것이 아니다”며 “글로벌 조선업황에는 아직 불확실성이 있지만 주력 선박의 시황이 좋은 만큼 올해는 수주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