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 기아차 '젊고 역동적' 브랜드를 전기차에도 들고 간다

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14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아차 주요 주주와 증권사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기아차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젊고 역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브랜드 정체성을 미래차시장에서도 유지해야 할 자산으로 꼽았다.

15년 역사를 지닌 기아차 디자인경영의 성과를 미래차시대에도 키움으로써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박 사장이 14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직접 주재한 기업설명회 ‘CEO 인베스터 데이’의 발표자료를 살펴보면 기아차가 브랜드 전략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박 사장은 발표자료 초반부터 기아차 브랜드의 지향점을 설명하며 △전기차(EV) 선도 브랜드 △밀레니얼·Z세대 타깃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 등을 제시했다.

이를 구체화할 전략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BI)와 엠블럼(CI), 디자인 아이덴티티(DI), 사용자 경험 등의 강화를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전기차 중심의 새로운 고객경험을 창출해 새로운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박 사장이 기아차의 중장기 비전을 설명하는 CEO 인베스터 데이 행사에 브랜드 전략을 앞세운 것은 앞서 기업설명회를 연 현대차와 다소 결이 다르다.

현대차가 기업설명회를 통해 ‘어떤 기업이 되겠다’라고 하는 기업의 전체적 방향성을 강조하는데 중점을 뒀다면 기아차는 ‘어떤 브랜드가 되겠다’라는 브랜드 전략에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했다.

이원희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2월 처음으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사업경쟁력 고도화와 미래 대응력 강화, 경영 조직 혁신 등의 키워드를 중장기 경영전략의 세 줄기로 짚었으며 열 달 뒤 열린 행사에서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라는 전략적 지향점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물론 기아차가 전기차 중심의 사업구조로 빠르게 재편하고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만큼 기업의 미래 방향성과 관련한 청사진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박 사장이 브랜드 지향점과 전략을 기업설명회 시작부터 강조한 것은 그만큼 기아차가 그동안 축적해온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미래차시대의 핵심 전략임을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기아차는 글로벌 완성차기업 가운데 젊고 역동적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유독 강조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기업 인터브랜드는 과거 기아차의 브랜드를 놓고 “기아차의 지속적 브랜드 가치 성장의 가장 큰 요인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정의하는 혁신”이라며 “퍼포먼스 세단인 ‘스팅어’나 오감을 자극하는 브랜드 체험공간 비트360 등을 통해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기아차 브랜드의 또 다른 도전이 기대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기아차가 ‘디자인경영’을 추진한 뒤 15년 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이 중심에 놓일 미래차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박 사장은 그동안 기아차의 역동적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힘을 쏟았다.

지난해 하반기 인도시장에 처음 진출하면서 공을 들였던 것도 바로 고객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하는 것이었다.

당시 기아차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Badass by design(디자인적으로 매우 멋진)’ 등의 광고문구를 곳곳에 삽입한 영상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2040세대의 수요를 대거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박한우, 기아차 '젊고 역동적' 브랜드를 전기차에도 들고 간다

▲ 기아자동차가 2019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에 부착한 새 디자인의 엠블럼.


블랙핑크와 같은 인기 여자 아이돌그룹을 글로벌 홍보대사로 위촉한 것도 이러한 브랜드 전략의 하나다.

박 사장이 강조한 기아차 브랜드 전략은 2021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에 기반해 처음 출시될 전기차 전용모델을 통해 본격적으로 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도 발표자료를 통해 크로스오버 형태의 디자인을 띈 전기차로 EV 선도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브랜드 혁신을 위한 엠블럼 교체도 이뤄질 공산이 크다.

기아차는 2019년 3월 열린 제네바모터쇼에서 새 전기차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를 선보이며 25년 동안 유지했던 엠블럼과 다른 새 엠블럼을 공개했다.

당시만 해도 기아차는 “엠블럼 교체계획을 세워두고 있지 않다”며 교체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기아차가 지난해 말 새 엠블럼의 디자인 상표를 등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엠블럼 교체 가능성을 일부 열어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기아차가 젊고 역동적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 것은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이 기아차 대표이사를 맡았던 2005년 이후부터다.

당시 정 수석부회장은 기아차에 ‘디자인경영’을 도입하며 피터 슈라이어와 같은 글로벌 자동차 디자이너를 영입했다.

피터 슈라이어 디자이너는 기아차 그릴에 ‘호랑이 코(타이거 노즈)’를 접목한 디자인으로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고 이후 기아차는 이런 디자인 특성을 앞세워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