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이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할까?

13일 항공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이 한진칼 경영참여를 선언하면서 3월에 있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이사후보를 내는 주주제안을 할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반도그룹 권홍사, 한진칼 주주제안으로 이사후보 추천권한 행사할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


권홍사 회장은 최근 공시에서 반도그룹의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늘려 8.28%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요한 점은 지분을 늘린 것보다 한진칼 지분취득 목적을 '한진그룹 경영참여'로 바꾼데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반도그룹이 단순히 캐스팅보트로서 활동하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내보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반도그룹은 지분확대 목적이 기존처럼 투자목적이었다고 해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며 “그런데도 투자목적을 변경했다고 공시한 것은 한진칼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해 주주제안권 등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주제안권이란 주주총회에 의안을 직접 제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이사 및 감사의 선임, 배당확대 등의 내용을 제시할 수 있다.

상법에 따르면 의결권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지닌 주주는 이사에게 주주제안을 주주총회일 6주 전까지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반도그룹이 이번에 지분취득 목적을 변경함으로써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이사 및 감사의 선임을 제안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한진칼의 중요한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권홍사 회장의 입김을 불어넣을 인물을 이사후보로 주주총회에서 제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진칼의 이사구성을 살펴보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 이석우 사외이사, 주인기 사외이사, 신성환 사외이사, 주순식 사외이사가 있다.

이 가운데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는 조원태 회장과 이석우 사외이사다. 

한진칼 정관에 따르면 이사의 수는 3인 이상으로 하되 사외이사를 3인 이상으로 하고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구성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리고 이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

우리나라 상법에서는 임기가 만료되지 않은 이사를 해임하는 것은 주주제안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이사의 수를 늘리는 것은 금지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반도건설이 이번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늘리고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안건을 다루도록 제안할 가능성은 열려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단순히 조원태 회장의 등기이사 연임뿐만 아니라 이사회 구성까지도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에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은 더욱 불안해지게 되는 반면 권홍사 회장이 쥐고 있는 지분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결국 권홍사 회장은 한진칼 경영참여를 선언함으로써 주총을 앞두고 한층 몸값을 높이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현재 한진칼은 경영권을 두고 오너일가와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등 여러 주체들 사이에 갈등을 겪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지난해 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한진그룹 경영을 두고 다툼을 벌인 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다른 주주와 한진그룹 경영을 논의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조원태 회장 측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을 만나자고 제의한 것은 맞다"면서도 “다른 주주와 한진그룹의 경영을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방침에는 아직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경영을 향해 꾸준히 비판을 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촉구하는 방송을 내보내며 오너 일가를 압박하고 있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1월7일 유튜브 채널 ‘KCGI TV’에 출연해 “한진그룹 경영진이 861%에 달하는 대한항공의 부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임원진의 노력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권홍사 회장은 최근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니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해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반도그룹은 아직까지 어떤 형태로 경영참여할 것인지 구체적 계획을 밝히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도그룹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 정해진 권리를 모두 행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경영참여를 공시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계획을 말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