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로봇사업은 '교감'에, LG전자는 '실용성'에 방점 찍다

▲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지능형 반려로봇 '볼리'를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로봇사업에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10일 삼성전자와 LG전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두 회사는 모두 올해 하반기 안에 로봇제품을 출시한다.

하지만 두 회사가 이번 CES에서 선보인 로봇을 살피면 삼성전자는 ‘교감’에 LG전자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두 회사의 로봇제품은 서로 다른 고객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지능형 반려로봇 ‘볼리’는 뛰어난 교감능력으로 관심을 끈다. 볼리는 공 모양의 로봇으로 사용자를 인식해 따라다니며 집안을 모니터링하고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제어한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볼리를 처음으로 세계에 공개한 CES 2020 기조연설에서 볼리는 마치 반려견처럼 김 사장의 뒤를 따라다녔다. 김 사장이 뛰어가면 함께 속도를 높였고 천천히 걸으면 속도를 늦춰 보조를 맞췄다. 

김 사장은 “볼리가 아이들과 반려동물의 새로운 친구가 될 수 있다”며 “개인 삶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 볼리는 인간 중심의 혁신을 추구하는 삼성전자의 로봇 연구 방향을 잘 나타내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후 기자간담회에서도 볼리를 교감하는 기기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개인화 전략과 맥을 함께 하는 것으로 보인다.  

획일적 디자인과 구성을 벗어나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삼성전자의 가전제품 전략과 같이 로봇 또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다. 
 
삼성전자 로봇사업은 '교감'에, LG전자는 '실용성'에 방점 찍다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0'에 마련된 LG전자의 '클로이 테이블' 전시존에서 모델들이 LG전자의 다양한 로봇들을 소개하고 있다. < LG전자 > 


반면 LG전자는 로봇의 ‘실용성’에 더 초점을 맞췄다.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클로이 테이블’ 전시존을 따로 마련해 실제 식당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로봇을 선보였다.

식당에서 손님을 안내하는 안내로봇과 음식을 나르는 서빙 로봇, 음식을 조리하고 커피를 내리는 로봇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으면서도 구체적으로 쓸모가 있는 로봇을 전시했다.

전시된 로봇 가운데 이미 실전에 투입된 제품도 있다.

‘LG 클로이 셰프봇’은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에 위치한 빕스 등촌점에서 직접 국수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노진서 LG전자 로봇협동센터장은 “이미 빕스 매장에서 하루에 200그릇의 쌀국수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식당용 로봇 시리즈를 시작으로 앞으로 생활 공간에서 쉽게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로봇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LG전자가 교감보다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것은 지난해 선보인 교감 로봇이 큰 호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교감’을 특징으로 내세운 작은 눈사람 모양의 가정용 로봇 ‘클로이’를 출시했지만 소리나는 쪽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눈을 찡그리는 정도를 제외한다면 기존의 음성인식 스피커와 크게 다르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을 받았다.

LG전자 관계자는 "클로이는 개별 제품 하나의 사례로 로봇사업의 방향이 아예 방향이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앞으로는 지난해 선보인 클로이처럼 개별 제품을 선보이기 보다는 로봇사업을 하나의 솔루션으로 보고 이번에 선보인 클로이 테이블처럼 여러 로봇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봉석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9일 CES 2020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로봇으로 사업에 초점을 맞출까 한다"며 "산업용은 수요가 일정하지 않고 빠르게 성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