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과 GS건설, 대우건설이 중동 정세의 악화로 이라크 프로젝트 중단사태를 맞게 되면 피해를 얼마나 보게 될까?

9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격의 대응방안으로 군사보복 대신 경제제재를 선택하면서 이라크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이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이라크에서 공사 중단될까 긴장의 끈

▲ (왼쪽부터)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우리 국민 대부분이 이라크 지방도시에 체류해 아직 철수를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된다”면서도 “급변사태에 대비해 24시간 긴급 상황대응체제를 유지하면서 철수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라크에는 현재 한국 국민 1500여 명이 체류 중인데 대부분이 대형건설사 인력이다.

중동 정세가 악화해 우리 국민이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면 현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대형건설사들도 불가피하게 공사를 멈출 수밖에 없다.

이라크 현지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건설사 가운데 상장사는 현대건설과 GS건설, 대우건설 등 3곳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국내 최대 해외플랜트 프로젝트로 꼽히는 7조 원 규모의 이라크 카르발라사업, 대우건설은 이라크 정부의 재건사업인 알포 신항만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건설사들은 이라크 공사가 중단되면 우선 매출 확대에 악영향을 받게 된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2019년 3분기 기준 이라크 카르발라 프로젝트와 관련해 수주잔고를 각각 5874억 원(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 포함), 7088억 원 보유하고 있다.

카르발라 프로젝트의 공사기간은 2022년 2월까지로 이를 고려해 현대건설과 GS건설의 카르발라 프로젝트 관련 1년 매출을 추정하면 각각 2500억 원, 3천억 원에 이른다.

대우건설은 2019년 3분기 기준 알포 신항만사업과 관련해 3882억 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따낸 1천억 원 규모의 해저터널 제작장 조성공사를 더하면 알포 신항만 관련 수주잔고는 더욱 늘어난다.

이 공사는 대부분 공사기간이 2년 안쪽으로 상대적으로 짧은데 이를 고려해 대우건설의 이라크사업 1년 매출을 추정하면 3천억 원에 이른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대우건설이 중동 정세 악화로 이라크 현장에서 철수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다면 올 한해 2천억~3천억 원 가량의 매출을 날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건설사가 매년 10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3천억 원 규모의 변화는 전체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진행한 공사비용을 받지 못해 생기는 손실, 철수 뒤 지속해서 발생하는 프로젝트 관리비용 등 직간접적 비용을 고려하면 실적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매출을 동반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회성 비용과 인건비, 간접비 등은 건설사 전체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이라크에서 공사 중단될까 긴장의 끈

▲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건설현장. <현대건설>


건설사들은 공사 중단 뒤 다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도 현지인력 모집, 현지자재 조달, 현지 협력업체 구성 등 사업진행에 필요한 사안들을 처음부터 다시 꾸려야 하는데 이때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올해 이라크에서 대규모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중동 정세 악화에 따라 발주가 지연된다면 이와 관련한 기회비용도 클 수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현지 정세 악화로 현장에서 철수하면 언제 다시 공사를 재개할지 몰라 본사 인력투입, 협력업체 구성 등의 측면에서 해당 프로젝트뿐 아니라 다른 프로젝트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각 건설사들은 외교부 등 정부부처와 함께 현지 상황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도 이라크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은 낮게 바라봤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카르발라는 이란의 미사일 공습이 이뤄진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큰 동요 없이 현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카르발라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은 현재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라크에 나가 있는 직원과 매일 연락하며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며 “현재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하는 상황으로 이라크에서 전면전이 일어나 철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