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2020년 중동 건설시장 확대를 노리던 대형건설사들이 중동 정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며 중동지역 발주시장이 위축된다면 국내 건설사의 올해 해외수주는 또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속타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중동 정세 불안해 올해 수주 큰 기대 흔들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사살과 이에 따른 이란의 보복 움직임 등으로 중동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지난해 말부터 일었던 중동지역 수주 확대를 향한 기대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 대형건설사들은 탈석유정책을 앞세운 중동 국가들의 발주시장 확대를 향한 기대 속에서 2020년을 맞았으나 새해를 맞은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미국과 이란의 분쟁 가능성에 따라 중동지역 수주 확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중동 전체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일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동은 2003년 미국과 이라크 전쟁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긴장상태에 놓였다”며 “미국과 이란 본토에서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이라크와 이스라엘, 호르무즈 해협에서 국지적 무력 충돌이나 미국 대선에 영향을 주는 사이버 테러, 해킹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중동지역 발주시장이 위축한다면 중동을 텃밭으로 하는 국내 대형건설사도 수주 확대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건설은 중동의 강자로 평가되는 만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 현대건설은 2020년에도 해외수주 확대 기대감이 큰 건설사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그레이트컴퍼니 현대건설’을 내걸고 5년 만에 해외수주 1위를 탈환했다.

박 사장은 국내 건설사의 전체 해외수주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마르잔 프로젝트 등 중동지역 수주에 힘입어 2019년 신규 해외수주를 2018년보다 3배 넘게 확대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격적 해외수주 목표를 세울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동지역 수주가 필요하다.

올해 첫 수주도 카타르에서 따는 등 중동지역 수주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중동 발주시장이 예상보다 줄어든다면 해외수주 확장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셈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따른 중동의 불확실성이 건설사에게 긍정적 상황은 아닌 만큼 중동 정세가 안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중동뿐 아니라 동남아 등 시장 다각화를 통해 전체 해외수주에 영향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중동지역 수주가 위축한다면 기업가치 강화 작업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은 중동사업 가운데 2020년 이라크 알 포 신항만 프로젝트,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사업 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데 이라크와 카타르 모두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한다면 격랑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평가된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에 머물고 있는 미국인들은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의 소개령에 따라 이라크 탈출을 시작했고 미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1월 카타르 전지훈련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임기의 반환점을 돌면서 기업가치 확대에 본격적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에 놓였는데 중동발 리스크에 마음이 더욱 조급해질 수 있는 셈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라크 등 현재 대우건설이 진행 중인 중동의 사업 현장에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중동 전반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지역 발주 위축은 국내 건설사의 전체 해외수주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는 지난해 중동지역 수주가 크게 줄면서 1년 만에 다시 3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해외수주는 200억 달러 중반 수준으로 2006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는데 중동의 군사적 긴장감이 장기화하면 올해 해외수주가 또 다시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는 중동의 군사적 긴장감이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 11월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이에 따라 1년 내내 중동 발주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동우 해외건설협회 아중동실장은 “중동지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국내 건설사의 수주가 예상됐던 이라크 수처리사업, 메트로사업 등의 계약이 더 지연될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 추가 사업들 역시 발주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