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총선을 100여일 앞두고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중도 성향의 유권자층의 지지를 노리는 각 당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다른 정당과 연대보다는 중도층을 겨냥해 신당을 창당하거나 바른미래당의 당권을 확보한 뒤 당을 창당 수준으로 재정비하는 등 독자행보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정계복귀 안철수, 중도 유권자층에서 총선 가능성 봤나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2일 안 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 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며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꿔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 드리겠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현재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방문학자로 지내고 있다. 귀국 시점은 1월 초중순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가 정계복귀 의사를 밝힌 것은 정치적 입지 구축에 유리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데 따른 결정이라고 바라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소수 정당의 의석 확보가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되자 바른미래당을 비롯해 창당 추진 중인 새로운보수당, 대안신당 등은 이번 총선에서 중도층 공략으로 의석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강세를 보이는데 따라 야권에서는 통합 논의가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대선주자였던 안 의원의 복귀는 통합 논의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안 대표가 다른 당과 통합을 논의해 결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현실적으로 안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정치행보는 원래 소속 정당이었던 바른미래당을 통해 정계에 복귀하는 방법이다. 별도의 창당비용도 발생하지 않고 안철수계 의원을 포함해 20명의 현역 의원들과 총선을 치를 수 있다.

문제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안 전 대표 사이에 신뢰가 약하다는 점이다.

손 대표는 지난해 안 전 대표의 복귀와 관련해 “안 전 대표가 돌아오면 전권을 주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가 “나의 사퇴가 모든 것의 전제는 전혀 아니다”며 발언을 번복했다.

그는 발언 번복을 놓고 “안 전 대표측이 먼저 돌아올 길을 열어달라고 해서 제안한 것”이라고 말해 안철수계 의원들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정계복귀를 발표하면서도 손 대표와는 아무런 연락을 주고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손 대표가 바른미래당 당권과 관련해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안철수계 의원들과 별도의 정당을 꾸릴 수밖에 없다는 시선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의 당권을 쥐고 당을 새로 단장 하든 신당을 창당하든 새로운보수당이나 대안신당 등 다른 세력과 통합 논의가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대표는 한때 함께 움직였던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갈라 섰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유 전 대표가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안철수계 의원들은 신당의 이름에 ‘보수’가 들어간 점을 놓고 반발하며 창당 과정에서 참여하지 않았다.

유 전 대표는 2일 새로운보수당 신년하례회에서 “2년 전 결혼을 잘못해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다며” 우회적으로 안 전 대표에 부정적 태도를 내보였다.

안 전 대표는 과거 국민의당에서 함께 했던 대안신당과는 이미 바른미래당 창당 과정에서의 갈등으로 한 차례 갈라섰는데 관계가 회복될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안 전 의원의 복귀를 놓고 “이 분의 기회포착 능력은 최고”라며 “지금 보수세력들이 ‘황교안 리더십’ 평가를 받고 통합도 안 되고 있기 때문에 ‘이때는 내가 나서야 겠다’하고 들어오는 것으로 냄새를 맡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