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다음 회장후보를 뽑기 위한 길고긴 하루를 보냈다. 임직원들의 신경이 온통 차기 후보자 면접장에 쏠린 날이었다. 

KT 회장후보 심사위원회는 26일 서울 한 호텔에서 후보자 1인당 1시간씩 모두 9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9시간 동안 다음 회장후보 면접을 진행했다.
 
KT 길고긴 회장후보 면접, 황창규와 낯선 윤종록 최두환 김태호에 시선

▲ (왼쪽부터)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과 최두환 전 KT종합기술원 원장,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회장후보 심사위원회는 이날 면접결과를 토대로 후보자를 1~3명으로 압축해 곧 열릴 이사회에 추천한다. 

KT 안팎에서는 무엇보다 KT가 11년 만에 내부출신 회장을 맞이할 수 있는지를 시선이 몰린다.

9명의 후보자 가운데 KT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한 명 뿐이다. 노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때 장관을 지내 현 정권과 가깝다는 점이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머지 8명은 모두 현재 KT에 몸담고 있거나 예전에 KT에서 몸담았던 적이 있다.

8명의 KT 출신 후보자들은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현재 KT에서 임원직을 수행하고 있는 그룹, 황창규 회장과 일한 경험이 있는 KT 전직 임원그룹, 황 회장과 접점이 없는 KT 전직 임원그룹 등이다. 

첫 번째 그룹에 속한 인물은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 부문장 사장과 이동면 미디어플랫폼 부문장 사장이다.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과 표현명 전 롯데렌탈 사장은 두 번째 그룹에 속해 있다.

세 번째 그룹은 황 회장과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중립지대'인데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과 최두환 전 KT종합기술원 원장, 김태호 전 서울교통공사 사장 등이다.

KT 현직 임원인 구현모 사장과 이동면 사장은 황 회장의 측근으로 KT가 새로운 회장을 뽑는다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 KT의 다음 회장후보로 꼽혔다. 박윤영 KT 기업사업부문장 부사장은 구동안 물망에 오르내리지 않다가 9명의 최종 후보에 들어 다크호스로 여겨지고 있다.

황 회장 밑에서 KT 임원을 지낸 적이 있는 후보는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 사장과 표현명 전 롯데렌탈 사장이다. 특히 이 가운데 임 전 사장은 구현모 사장, 이동면 사장과 함께 유력한 KT 회장후보로 꼽힌다.

임 전 사장은 2014년 황 회장 밑에서 커스터머부문장 부사장과 매스총괄 사장을 지냈지만 황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구현모 사장, 이동면 사장 등과 비교하면 황 회장과의 연결고리가 비교적 약한 편이다. 

특히 임 전 사장은 KT 재직 시절 노조로부터 상당한 신망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리더십 측면에서 다른 후보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전 차관은 KT의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 시절부터 KT에 몸담았던 'KT맨'이지만 황창규 회장이 오기 전 KT를 떠났기 때문에 황 회장과 같이 일한 경험이 전혀 없다. 

KT에서 부사장까지 오르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기술 전문가'이기도 하다. 1980년 한국항공대학교 항공통신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2년 연세대학교 산업대학원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1998년에는 기술고시에 합격했다.

KT에서 사장을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을 지내며 정부 쪽에 상당한 인맥이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최 전 원장 역시 2007년부터 KT에 몸담고 사장까지 오른 인물이지만 황 회장이 KT로 오기 전인 2011년 KT에서 나왔기 때문에 황 회장과는 인연이 없다.

최 전 원장은 한국전자통신연구소에서 전임연구원으로 일하던 당시 국내 최초로 광전송기술을 개발하고 KT 재직 당시에도 줄곧 연구직에 몸담았던 만큼 정보통신기술 전문가로서 5G통신시대 KT의 발전을 잘 이끌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KT에 오래 몸담았고 KT와 비슷하게 ‘주인없는 기업’으로 꼽히는 포스코그룹에서 사내이사로 일하기도 했다는 점을 살피면 조직 적응력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호 전 사장은 KT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KT맨’이지만 황창규 회장이 KT로 오기 훨씬 전인 2010년 KT를 떠나 황 회장과는 접점이 없다. ‘개혁파’로 여겨지던 남중수 전 KT 사장과 인연이 깊은 만큼 KT 개혁의 적임자로 꼽히기도 한다. 

다만 최 전 원장은 2014년에 이미 한 차례 KT 회장직에 공모했다가 떨어진 경험이 있고 김 전 사장은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지내면서 서울교통공사 노조에 고발당하는 등 원만한 노사관계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약점이 있다.

KT 관계자는 “회장 선임절차는 매우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공개된 것 이외에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