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회장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안살림'을 도맡아온 허식 부회장의 거취에도 변화가 생겨날지 시선이 몰린다. 

회장 선거에 나설 것으로 거론되는 후보자 가운데 김병원 전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후보자 이외의 다른 후보자가 당선되면 김 전 회장의 '복심'으로 꼽히는 허 부회장의 거취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병원체제 농협 안살림 책임진 부회장 허식, 새 회장 뒤 거취 궁금

▲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19일 농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농협중앙회장 선거 초반 판세에서 이성희 전 경기 성남 낙생농협 조합장과 유남영 전북 정읍농협 조합장 등이 앞서가는 후보로 꼽히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내년 1월31일 치러지는데 현재 출마 후보자로 거론되는 전·현직 조합장은 10명 가까이 된다.

각 권역언론마다 지역을 대표하는 후보를 포함해 유력한 후보 4~5명을 꼽는데 유남영 조합장과 이성희 전 조합장이 공통적으로 거론되고 있어 두 사람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보인다.

유 조합장은 김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평가된다. 김 전 회장과 대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유 조합장이 회장에 당선된다면 허 부회장도 임기를 마치는 데 큰 변수가 없을 수 있다.

허 부회장은 김 전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았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당선된 뒤 재판 등으로 수개월 동안 인사를 미루다가 2016년 10월24일 김정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이상욱 농협경제지주 대표, 허식 농협상호금융 대표 등 사업부문 대표이사 3명으로부터 일괄사표를 받았다.

김 전 회장은 이후 허식 대표를 농협중앙회 부회장에 올려 강한 신임을 보였다. 허 부회장은 2016년 11월4일부터 2년 임기를 마쳤고 2018년 11월 연임에 성공했다. 허 부회장의 임기는 2020년 11월까지다. 

농협중앙회 부회장은 농협조직의 교육 및 지원 사업과 관련 부대사업 대부분을 총괄해 농협의 안살림 역할을 맡는다. 농협중앙회장과 달리 연임에 제한도 없는 만큼 대내적으로는 영향력이 매우 큰 셈이다.    

이번 선거에 후보로 거명되는 유 조합장과 최덕규 전 조합장은 모두 김병원 전 회장 측 인사들로 분류된다. 이들 이외에 후보자가 당선되면 허 부회장이 거취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허 부회장의 전임인 김정식 전 부회장도 김 전 회장이 취임한 뒤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히 이성희 전 조합장은 최원병 전 회장 측근으로 꼽힌다. 또 이 전 조합장 이외의 다른 후보가 회장에 오르더라도 새 회장이 친정체제 구축에 나선다면 허 부회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허 부회장은 농협중앙회 사상 처음으로 부회장을 연임하면서 안살림을 도맡아 농협중앙회의 실세로 불린다. 김 전 회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조기사퇴하면서 17일부터는 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허 부회장은 김 전 회장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사업목표를 충실하게 이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원 전 회장이 추진한 2020년 농가소득 5천만 원 달성과 농가소득 증대를 통한 농협 정체성 확립,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 등 각종 현안을 추진력 있게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 부회장은 경상남도 고성농업고등학교(현 경남항공고등학교)와 경남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농협금융지주 상무와 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허 부회장은 부회장 겸 권한대행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부회장 임기가 남아있는 만큼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