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큰 어른이던 구자경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빈자리를 누가 채울지 관심이 쏠린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준 LG 고문 등이 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LG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구본능 구본준, 구자경 이어 LG그룹 총수일가 구심점 역할 누가 맡나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왼쪽)과 구본준 LG 고문.


15일 재계에 따르면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맏아들인 구자경 명예회장이 14일 별세하면서 구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구본준 LG 고문 등의 역할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구 명예회장은 오너 2세로서 LG그룹에서 큰 어른 역할을 해왔다. LG그룹 총수일가가 소탈하면서도 엄격한 유교적 가풍을 이어가는 데는 구 명예회장의 존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LG그룹에서 구 명예회장의 빈자리는 크다.

LG그룹은 장자승계 원칙이 확고한 곳이다. 하지만 구 명예회장의 장남 구본무 전 회장은 구 명예회장보다 1년여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구 명예회장의 장손으로 LG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은 구광모 회장은 40대 초반으로 취임한 지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구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총수일가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경륜이 부족하게 여겨질 수 있다.

구광모 회장의 친부이기도 한 구본능 회장은 구 명예회장의 장례에서 상주를 맡았다. 구본능 회장은 누나인 구훤미씨를 제외하면 구 명예회장의 자녀 중 가장 나이가 많아 가문의 어른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구본능 회장은 일찌감치 LG그룹에서 희성그룹을 분리해 별도 경영을 하고 있다. 얼마 전 보유하고 있던 LG 주식을 일부 매도해 지분을 3.45%에서 3.05%로 낮추는 등 LG그룹에 미치는 영향력이 감소하는 추세다.

구본준 고문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까지 LG 부회장을 지내고 올해 초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구본준 고문은 LG그룹 경영에 오랫동안 참여한 데다 LG 지분 역시 7.72%로 구광모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구광모 회장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구본준 고문도 계열분리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구 고문의 계열분리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자 LG그룹 안에서 일정 역할이 남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이 밖에 구 명예회장의 동생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 구자일 일양화학 회장,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 등도 있지만 이들은 이미 LG그룹을 모두 떠났다. 이들은 각자 계열분리를 하면서 지분 정리도 끝나 지주회사 LG 지분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구 명예회장은 LG 지분을 들고 있는 총수일가 가운데 최연장자이자 큰 어른으로서 일가의 중심을 잡아 왔다. 얼마 전 무죄로 결론이 난 LG그룹 총수일가의 조세포탈 혐의 관련 재판에서도 구 명예회장의 역할이 주목됐다.  

당시 검찰이 확보한 LG 재무관리팀 직원의 진술에 따르면 구 명예회장은 총수일가의 LG 주식거래를 직접 확인하고 재가하는 등 영향력을 보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LG그룹 장자로서 엄격하게 경영권을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파악된다.

LG그룹 총수일가가 구 명예회장를 중심으로 지분관리 등을 해 온 만큼 앞으로 구 명예회장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구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LG 지분 0.96% 상속이 어떻게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별도의 상속유언이 없다면 상속법상 자녀인 구본능 회장, 구본준 고문, 구본식 LT그룹 회장, 구훤미·구미정씨등이 나눠 물려받게 된다. 대습상속에 따라 구본무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씨와 구광모 회장, 구연경·구연수씨도 구본무 전 회장 몫의 상속분을 나눠받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