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면서 대신증권, 키움증권, 신영증권 등 증권사들도 자사주 소각에 나설지 시선이 몰린다. 

증권사 주식 투자자들은 자사주 매입에 그치지 않고 소각을 해야 한다는 요구를 내놓고 있지만 자기자본 규모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어 증권사들이 자사주 소각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 키움증권 신영증권, 주가부양 위한 자사주 소각 쉽지 않아

▲ (왼쪽부터)나재철 대신증권 대표이사 사장과 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 원종석 신영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10일 증권업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여러 증권사들이 자사주를 매입했지만 ‘반짝 상승’ 효과에 그치면서 투자자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키움증권은 올해 약 405억 원, 대신증권은 두 차례에 걸쳐 모두 312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신영증권 역시 110억 원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했다.

증권사들은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소액투자자들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는다면 주가 상승이 '일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한 투자자는 주식게시판을 통해 “키움증권이 405억 원 규모로 자사주를 사들였지만 시가총액 규모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진정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고 싶다면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배당금 인상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하지만 회사가 급하게 재원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시장에 내다팔 수 있어 여전히 시장의 우려가 남아있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 주식수 자체가 감소하는 만큼 일반적으로 주가 상승효과가 자사주를 매입할 때보다 크다. 이 때문에 최근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의 목표주가가 잇따라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자기자본이 줄어드는 만큼 이를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최근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을 늘려 투자규모를 확대하려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자기자본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자사주를 소각하기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늘리면 발행어음 사업,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 다룰 수 있는 사업범위가 넓어진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사들은 최근 1~2년 사이에 앞다퉈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대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사주를 매입한 뒤에 소각하지 않고 들고 있으면 일시적으로 주가 하락을 방어한 뒤에 필요에 따라 매각해 자기자본 규모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너일가의 지분율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자사주 소각을 꺼릴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자사주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소각하지 않고 들고 있으면 이를 우호 세력에 매각해 필요할 때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업 관계자는 “KB금융지주나 신한금융지주 등이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지만 자본규모가 비교적 큰 금융지주들과 달리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규모가 절대적”이라며 “섣불리 자사주를 소각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