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새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매각 불발 이후의 사업 방향성이 엿보인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이사는 기존 지식재산에 의존해 게임 흥행의 가능성을 더욱 높이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안정성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정헌, 넥슨 매각 불발 뒤 사업방향을 도전보다 '안정'에 방점 찍어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이사.


넥슨은 6일부터 9일까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비공개 시범운영을 진행했다.

시범운영에 참가한 이용자들은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사용자환경을 현대화하고 배경음악을 손본 점, 그래픽을 향상한 점 등을 놓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효과음이나 속도감, 캐릭터 외형 등과 관련해서는 혹평도 나왔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긍정적 평가를 얻는 데는 넥슨이 새 게임을 개발하는 데 신중하게 접근한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와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이사 등은 3분기에 넥슨의 새 프로젝트를 전면 재검토했다. 허 대표는 외부 고문으로 넥슨의 게임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11월 새 프로젝트 5종을 중단하고 인력 재배치를 사내에 알리면서 “회사가 우선 집중해야 할 프로젝트를 신중하게 선별했다”며 “신규 개발 프로젝트를 두고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동시에 핵심 프로젝트는 지원을 대폭 강화해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자 한다”고 말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이 과정에서 살아남아 ‘핵심 프로젝트’로 뽑혔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는 ‘카트라이더’ 지식재산을 활용해 만들었다. 그러나 게임 성격은 15년 전에 나온 원작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넥슨은 기존에 인기를 끈 지식재산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위험을 굳이 무릅쓰지 않은 것이다. 

이는 ‘야생의 땅: 듀랑고’ 운영을 그만두기로 한 결정과도 맥락이 비슷하다. 야생의 땅: 듀랑고는 넥슨이 참신한 도전을 한 게임으로 꼽혔으나 18일 운영을 중단한다.

넥슨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모바일이 아닌 PC플랫폼에 우선적으로 내는 점도 안정성을 추구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최근 게임회사들은 결제율이 높은 모바일게임에 집중을 하는데 넥슨은 전공분야인 PC온라인게임으로 게임을 먼저 개발했다.

3월 출시했다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크레이지아케이드BnB M’의 전철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3분기 기준 전체 매출 가운데 PC온라인게임 매출비중이 73%에 이른다.
 
이정헌, 넥슨 매각 불발 뒤 사업방향을 도전보다 '안정'에 방점 찍어

▲ 넥슨은 6일부터 9일까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비공개 시범운영을 진행했다. <넥슨>


넥슨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 기대가 큰 것으로 보인다. 

지식재산별로 나눈 사업부 가운데 ‘카트라이더’를 맡은 IP2그룹은 요즘 가장 분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 잘하는 사람은 다 IP2그룹에 몰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넥슨은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기를 바라고 있다.

넥슨은 세계적 게임 유통플랫폼 ‘스팀’에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콘솔 게임플랫폼인 엑스박스판에도 게임을 내놔 PC판과 연동했다. 북미와 유럽 등 지역 게임 이용자들은 콘솔기기로 게임을 하는 비율이 높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가 해외에서 흥행하는 것은 넥슨이 해외매출을 반등하는 데도 중요하다.

넥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넥슨 매출은 3분기에 한국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중국, 일본, 북미, 유럽 및 기타)에서 줄었다.

특히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 인기가 감소하면서 중국지역 매출이 2018년 3분기와 비교해 43% 감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