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각 나라들에서 연속해 포럼을 열고 참석하며 글로벌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은 'SK의 밤' 행사에서 했던 표현처럼 '처음 보는 지정학적 위기'를 돌파하는 데 이런 포럼들을 통한 민간협력이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늘Who] 최태원 국제포럼 활발, '지정학적 위기' 넘는 SK 민간외교

최태원 SK그룹 회장.


9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최근 한 달 동안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세 차례의 국제포럼에 참석한 것은 국가 사이 갈등이 국제 무역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 회장은 11월 초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포럼에 참석한 데 이어 11월 22일에는 중국 난징포럼, 12월6일부터 8일까지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쿄포럼에 참석했다. 

올해로 범위를 넓혀보면 3월에는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 5월에는 '상하이포럼'에 참석했다.

최 회장이 올해 참석한 아시아지역의 포럼 가운데 보아오포럼을 제외하면 모두 SK그룹 산하의 '최종현학술원',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주최한 행사기도 하다. 

최 회장은 이런 국제 포럼을 통해 민간 사이의 협력 강화가 정치적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협력과 공동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근 열린 도쿄 포럼에서 ”우리는 세계 곳곳의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며 ”복잡하고 초국가적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아시아가 국제무대에서 함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엎서 11월 초 열린 베이징포럼에서는 ”미국과 중국 무역갈등을 비롯한 지정학적 이슈들이 전례없는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글로벌 차원의 공동대응과 집단지성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이런 생각은 SK그룹이 중심이 된 다양한 학술 행사로 구현되고 있다.

도쿄포럼의 주관단체였던 최종현학술원은 중국의 난징대학교와 함께 2016년부터 ‘난징포럼’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베이징포럼’, ‘상하이포럼’ 등을 매년 열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하노이포럼’도 새로 시작했다. 

최 회장은 민간 차원의 협력이 정치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완충지대로 구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열린 도쿄포럼에서 최 회장이 '한일미래재단' 설립을 제안한 것은 최 회장의 이런 생각을 잘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미래재단 설립 제안이 최근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16일 한·일 국장급 회담이 열리기 전에 도쿄포럼에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을 강조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두 나라의 유력 민간인사들이 많이 참석했던 행사인 만큼 당국자의 협의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미래재단을 ‘한국과 일본이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나가는 기반’이라고 설명한 것을 두고 앞으로 몇 번이고 악화될지 모르는 한일 갈등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갈 수 있는 단초를 미리 만들어 놓으려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도쿄포럼 뿐 아니라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주관하는  ‘베이징포럼’과 ‘상하이포럼’은 2017년 벌어졌던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를 완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미래재단 설립은 최 회장이 제안만 한 단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앞으로 지속적 협의를 통해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글로벌 협력을 통해 국가 사이 갈등을 완화하는 방법론의 하나로 SK그룹의 경영 이념인 ‘사회적 가치’ 전파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활동에는 정치적 갈등관계를 우회활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2017년 이후 참석하는 해외포럼마다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을 소개하며 이는 한 기업의 힘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 차원의 협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 추구는 SK그룹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밸류밸런싱 얼라이언스 등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글로벌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