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놓고 자유한국당과 협상 여지를 남겨 놓을 것으로 보인다.

8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10일까지 예정된 이번 정기국회 내에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공' 이해찬, 선거법 개정안은 한국당과 협상여지 열어놓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 대표는 선거법 개정안을 비롯한 신속처리안건에 오른 법안의 처리를 놓고 공개적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본회의에 부의된 199개 법안 모두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신청한 것을 놓고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며 철회를 요구해 왔다.

이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의 최후통첩에 응답하지 않자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오늘부터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과 공식적으로 예산안과 검찰개혁법안, 선거법 개정안 등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거법 개정안 등 법안 처리에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속내는 공개적 자리에서 내보인 태도와는 사뭇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총선에서 정당 사이 ‘경쟁의 규칙’이 되는 법인 만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태도를 꾸준히 보여 왔다.

자유한국당을 배제하고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을 때 뒤따르는 정치적 부담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4+1’ 협의로 강력히 기조를 흩트리지 말고 가야 한다”면서도 “그런 와중에도 선거법 같은 경우는 10일에 통과가 안 되면 자유한국당에 협상을 제안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을 선거법 협상에 끌어들이기 위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에서 준(準)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한 세부내용에서 융통성을 발휘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속내는 정기국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 열리는 9일과 10일 본회의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사이 합의에 따른 법안의 상정 순서가 관건이다.

문 의장은 9일과 10일에 이미 부의된 예산안, 신속처리안건 법안, 민생법안 등을 상정한 뒤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안은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이다.

선거법은 이 대표의 의중에 따라 상정 순서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자유한국당이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둔 만큼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법안을 먼저 상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자유한국당에 필리버스터의 실행을 강요하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이 실제로 필리버스터를 실행하면 모든 안건의 정기국회 내 처리도 무산되고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 긴장 수위만 높이게 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필리버스터를 할 수 없고 이미 법정처리시한을 넘긴 내년도 예산안과 비쟁점 민생법안이 먼저 상정되고 자유한국당도 표결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본회의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본다.

자유한국당도 민생법안 처리 지연에 따른 여론 악화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오전에 열리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는 본회의 진행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을 대표해 원내에서 협상 자리에 나오는 인물이 교체되는 것인 만큼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 모두 자연스럽게 협상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4명의 의원 가운데 비황으로 분류되는 강석호 의원, 심재철 의원이 비교적 더불어민주당과 협상에서 적극적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자유한국당이 전임 원내대표 임기 연장 문제로 내부적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법안 처리 관련 협상이 지지부진해진 측면이 있다”며 “자유한국당 새 원내대표가 누가 되는지에 따라 우리 당의 대응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