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을 원하는 만큼 받아낼 수 있을까?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배타적 협상기간 만료일인 12일을 앞두고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과 관련해 첨예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구주가격 3천억 이상 받아낼 수 있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대가로 모두 2조5천억 원 가량을 써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에 지불하는 구주 가격과 관련해서는 2조5천억 원 가운데 약 3천억 원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금호산업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해 4천억 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자 사이에 1천억 원이나 되는 차이를 보여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에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까지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내용증명은 추후 민사소송 등 법적 분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약 상대방에게 주장을 펼쳤음을 문서형태로 전달하는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렇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은 추후 법적절차를 밟을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은 사실을 확인해 주기 어렵다”며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금호그룹은 박삼구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71.24%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고속(옛 금호홀딩스)을 정점으로 그 아래 금호산업을 두고 있고 금호산업의 아래에 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금호산업이 구주가격을 올려 받으려는 밑바탕에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지주회사 금호고속의 차입금을 갚을 자금이 부족한 측면도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금호산업의 지주회사인 금호고속은 KDB산업은행을 비롯해 제1금융권과 제2금융권에서 총 3700억 원 규모를 차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 가운데 1300억 원은 KDB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2019년 4월 금호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금호고속에 빌려준 것이다.

당시 금호고속은 2019년 4월 말 만기가 돌아오는 1300억 원 규모의 금융권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 대출에는 금호산업 지분 45.3%가 담보로 맡겨져 있었는데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0% 가량을 보유한 대주주인 만큼 KDB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지원을 결정했던 것이다.

KDB산업은행이 금호고속에 지원한 1300억 원의 차입금은 2020년 4월 만기가 도래한다.

일각에서는 금호고속이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1300억 원의 차입금을 거론하며 금호산업이 구주 가격을 높이 받을 수 있도록 KDB산업은행을 압박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이와 같은 압박전략이 KDB산업은행에 통할 지는 의문이다.  

2019년 4월과 달리 금호고속이 지고 있는 1300억 원의 차입금의 현재 채권자는 KDB산업은행이고 금호산업 지분이 담보로 걸려있는 상황도 아닌 만큼 더 이상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실패로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게 된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금호그룹을 추가적으로 지원을 하는 것도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호그룹을 추가로 지원하면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경영실패를 국민세금으로 막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으로 금호고속을 향한 채권회수 계획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 KDB산업은행은 한발 물러서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때문에 항공업계에서는 KDB산업은행과 금호산업이 맺은 특별약정에 비춰 볼 때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구주 가격을 3천억 원 넘게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올해까지만 매각 주도권을 지니고 이후 절차에서는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임의의 조건으로 매도한다는 처분대리권 조항에 합의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금호산업이 구주 가격을 더 높게 받을 가능성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구주가격으로 금호그룹에게 3천억 원가량을 지급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2일 아시아나항공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면서 구주 가격을 3200억 원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절차가 마무리되면 이를 제외한 2조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가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