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도입 계획의 지연을 막기 위해 기업과 시민단체 양쪽을 모두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의 주요내용에 해당하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방안을 두고 경영계와 시민단체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압박을 하고 있어 도입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김성주, 국민연금 주주권 놓고 경영계 시민단체 사이 샌드위치에 답답

▲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11월29일 적극적 주주권 행사방안을 확정 짓지 못하고 의견을 더 수렴해 다음 회의 때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이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어느정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기대했으나 확정 방안이 나오지 못해 여론 수렴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의 목적이 경영 개입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다는 점도 알려 기관투자자로서의 신뢰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 국민연금의 큰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힘을 써 왔다.

김 이사장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2년 동안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역사상 처음으로 국민들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해 국민연금제도 개편에 반영했다”며 “전국 16개 도시를 순회하며 대국민 토론회를 열고 인터넷·전화 여론조사와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강화한 만큼 투자 내역과 투자 실적을 모두 공개하고 녹취록 수준의 회의록 작성도 의무화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한 점을 취임 2년 동안의 성과로 꼽기도 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복지부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결정과 방침에 따르고 있는 만큼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련해 공청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도 국민연금공단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연금공단도 수렴의 기회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데 따라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5%룰 완화에 이어 10%룰 완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경영계는 국민연금이 기업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5%룰 완화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3%룰을 새롭게 만들어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을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놨다.

5%룰은 투자자가 상장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때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으면 5일 안으로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에 보고해야 하는 규정이다.

금융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고려해 9월 5%룰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국민연금의 보고의무 항목이 완화되고 경영개입으로 볼 수 있었던 일부 행위도 경영개입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풀어줬다.

그러나 경총은 반대로 3%룰을 새로 만들어 지분변동 보고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투자기업을 책임지고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기관으로서 감시·감독의 역할을 더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참여연대, 민주노총, 한국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시민·노동단체 관계자들은 11월29일 “국민연금기금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다시 논의하라”며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해야 할 경영참여 주주제안 검토 등 책임을 맡아서도 안 되고 위탁운용사들에 국민연금의 의결권을 위임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본시장법과 공적연금분야 전문가들은 기업의 중장기적 가치를 높이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만큼 국민연금의 전문성을 믿고 주주로서 활동에 제한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 주주활동 가이드라인’ 제정과 관련해 9월 공청회 때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라 주주활동을 할 때 그 요건과 절차를 명시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여 의사결정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선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같은 자리에서 “국민연금은 주주로서 운신의 폭을 너무 좁게 확보하고 있다”며 “방어적 활동만 가능할 뿐 적극적 활동을 하는 데에는 한계를 지니는데 기업의 위법행위에는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