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한화생명 실적을 개선해 ‘해결사’로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여 사장이 단독대표이사체제로 한화생명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한화 금융계열사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그룹 안에서 입지도 더욱 탄탄하게 다질 수 있다.
 
[오늘Who] '해결사' 여승주, 한화생명 실적개선 홀로 어깨에 짊어져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


2일 한화생명에 따르면 여승주 사장이 단독대표이사로 한화생명을 이끌게 되면서 실적 개선을 이뤄내야 하는 어깨가 무거워졌다.

한화생명은 연결기준으로 3분기까지 순이익 1543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줄었다.

여 사장은 지난해 10월 한화생명의 대표이사에 내정되며 ‘재무 전문가’로서 역량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는데 아직까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장수 CEO로 한화생명을 이끌던 차남규 부회장이 11월 말일자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상근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만큼 앞으로 실적은 온전히 여 사장의 어깨에 달린 셈이 됐다.

여 사장은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를 맡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재무 전문가로서 실력을 보여줬다.

여 사장은 2016년 2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큰 손실을 보며 적자에 허덕이던 한화투자증권의 구원투수를 맡았다.

한화투자증권의 손실을 만회하고 영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금융사업 확대, 트레이딩사업 업그레이드, 자산관리(WM) 및 홀세일(Wholesale)부문 수익 극대화, 그룹 시너지 극대화 등을 추진했다.

여 사장의 경영전략이 효과를 내면서 한화투자증권은 2017년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순이익 175억 원, 183억 원을 거뒀다.

여 사장은 한화생명 대표이사에 오른 뒤 실적 개선을 위해 보험부문에서 보장성보험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그 결과 한화생명의 3분기 기준 신계약 연납화 보험료는 433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3% 줄었지만 보장성 신계약 비중은 62%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보험부문에서 내실을 다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산운용)부문에서 실적이 뒷받침 된다면 한화생명의 실적 개선도 빠르게 이뤄낼 수 있다.

한화생명은 투자부문에서 부진하다. 3분기 한화생명의 운용자산 이익률은 3.3%로 1년 전보다 0.48%포인트 낮아졌다.

한화생명은 11월1일 한두희 투자사업본부장을 한화투자증권으로부터 영입한 뒤 27일에는 한 본부장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시키며 투자부문에 힘을 실었다.

한 전무는 여 사장과 한화투자증권에서 손발을 맞추며 한화투자증권 흑자전환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등 자산운용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여 사장이 한화생명의 실적 개선에 성공한다면 한화그룹 안에서 여 사장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 질 것으로 보인다.

여 사장은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 팀장,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금융팀장 등을 거치며 한화그룹에서도 요직을 두루 거치며 한화그룹 안에서 능력을 인정받아왔다.

한화그룹에서 한화케미칼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주력 자회사가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는 부진한 실적을 거두면서 그룹 내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여 사장이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한화생명 대표이사로서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를 총괄·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한화생명은 한화자산운용(100%)과 한화손해사정(100%), 한화금융에셋(100%), 한화라이프에셋(100%), 한화손해보험(51.36%) 등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이 한화투자증권 지분 19.2%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한화생명-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도 갖췄다.

한화생명은 한화그룹의 승계에 있어서도 핵심 계열사로서 중요성도 무시하기 어렵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동원 상무가 8월부터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를 맡아 신사업 발굴을 책임지고 있다.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경영 전반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시너지를 바탕으로 동반 성장을 이뤄낸다면 그룹 내 금융계열사의 위상뿐 아니라 여 사장의 위상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최근 보험업계를 둘러싼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등 새 제도 도입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통한 새로운 경영환경을 만들기 위해 차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했다”며 “상품 및 판매채널 경쟁력 강화, 해외사업 매출 및 이익 확대, 디지털 기반 인슈어테크 역량 강화 등 미래성장 동력 확보로 2020년을 ‘고객에게 믿음과 행복을 주는 1등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