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3년의 고심 끝에 인도네시아로 발을 뗐다.

정 수석부회장이 인도네시아 진출과 관련해 "확실한 전략이 있으면 들어가자마자 점유율 25%를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던 만큼 일본 완성차업체의 아성을 깰 ‘확실한 전략’을 세웠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정의선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략 자신하는 뿌리는 무얼까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27일 현대차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소형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MPV(다목적차량) 등 내연기관차로 먼저 승부수를 띄운다. 

전기차를 앞세울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과는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자동차시장을 일본차가 사실상 ‘점령’한 만큼 미개척시장인 전기차시장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 수석부회장은 젊은층이 새 소비주도 계층으로 떠오른 인도네시아의 시장상황을 지켜보며 내연기관차로도 일본차와 붙어볼 만하겠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한국무역협회 자카르타무역관이 2017년 7월 내놓은 ‘인도네시아의 인구구조와 소비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39세 이하의 젊은층이 전체 인구의 61.4%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소비시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이들은 이전 세대와 달리 시간을 귀하게 여기며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소비경향을 보이는 만큼 자동차 구매에서도 ‘새 것’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일본차 점유율이 90%에 이르는 인도네시아 자동차시장 상황이 오히려 현대차에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2018년을 기준으로 토요타, 혼다, 미쓰비시 등 일본차의 인도네시아 자동차시장 점유율은 93.1%이며 현대차와 기아차 점유율은 고작 0.1%에 그친다. 

정 수석부회장은 인도네시아에 부는 한류열풍에서 현대차가 예상보다 브랜드 입지를 빠르게 다질 가능성을 봤을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일본업체의 아성을 넘으려면 공격적 가격정책이나 마케팅 전략이 뒤따라야 하는데 한류열풍의 힘을 빌린다면 효과적 마케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7년 제네시스 브랜드의 G70 출시행사에 아랍계 인플루언서를 초청하거나 직접 동영상에 출연해 수소차 넥쏘를 홍보하는 등 SNS 등을 활용한 마케팅의 영향력을 믿는 모습을 보였다.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둔 ‘SNS 유명인’을 말한다.

현대차그룹 역시 자동차 마케팅에서 SNS 등을 통한 입소문과 한류열풍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2018년 11월에 팰리세이드 출시를 앞두고 방탄소년단(BTS)을 현대차 팰리세이드의 글로벌 브랜드 홍보대사로 선정했으며 2019년에는 기아차 홍보대사로 블랙핑크를 임명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내연기관차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뒤에 전기차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대차와 인도네시아 진출을 놓고 협력방안을 모색해 왔는데 현대차에 전기차 관련 투자를 적극 권장하면서도 일본 자동차기업의 하이브리드차를 견제할 만큼의 세제혜택이나 보조금 지급 등을 놓고서는 아직까지 확답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현대차도 26일 인도네시아 정부와 맺은 1조8천억 원 규모의 현지공장 설립 투자협정에 전기차 관련해서는 ‘검토한다’는 내용만 담은 것으로 알려진다. 

전기차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만큼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책적 협력이 뒷받침된 뒤에 뛰어들겠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요하네스 낭오이 인도네시아 자동차생산자협회장은 10월 한국무역협회 자카르타무역관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5년 동안은 전기차시장이 일반자동차시장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10년 뒤에야 전기차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자동차 제조업체는 현재 정부 관심사 및 정책에 맞춰서 전기차 생산시설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3년 동안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인도네시아 정부와 협력방안을 꾸준히 모색하며 인도네시아 진출에 공을 들인 만큼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비자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서 존재감을 내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