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 KB국민은행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행장으로 1년을 더 보내게 됐다. 

내년 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신한은행과 리딩뱅크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고 KB금융그룹의 디지털 전환에서도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KB국민은행장 '1년 더' 허인, 디지털 총력전으로 리딩뱅크 굳힌다

허인 KB국민은행장.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리딩뱅크 자리를 수성했다. 3분기까지 KB국민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2조67억 원으로 신한은행의 1조9763억 원을 앞섰다.

KB금융지주가 신한금융지주에 순이익 규모에서 밀리고 있지만 각 지주의 ‘형님’ 계열사인 은행에서는 KB국민은행이 더 많은 순이익을 거두면서 자존심을 세웠다.

다만 내년부터는 은행을 둘러싼 영업환경이 올해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이면서 허 행장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특히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년 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의 이자부문 수익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금리의 영향을 받는다. 순이자마진이 하락할수록 은행에서 대출과 관련한 수익성이 떨어진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 순이자마진이 지난해보다 0.01∼0.04%포인트 하락한 데 이어 내년에는 기준금리 인하와 안심전환대출 등의 영향으로 0.05∼0.09%포인트까지 떨어질 것으로 금융권은 내다보고 있다.

허 행장도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다. 허 행장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순이자마진은 내려가고 있고 사업규모를 무제한으로 늘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고객들의 투자심리가 식어 상품 수수료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최근까지 올해 업무보고와 영업 및 인사평가 등을 마치고 내년 경영전략을 짜고 있는데 올해와 비슷하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허 행장은 KB금융그룹의 디지털 전환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 허 행장은 지난해 말 KB금융지주 인사에서 KB금융지주의 디지털혁신부문장으로 선임됐다. 은행을 넘어 KB금융그룹 전체의 디지털과 정보통신기술(IT), 데이터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금융권은 디지털 신기술의 전쟁터가 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KB금융그룹의 경쟁자로 구글과 아마존, 알리바바 등을 꼽을 정도다.

은행은 물론 전체 금융권에서 디지털금융의 우위를 누가 차지하는지를 놓고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허 행장이 전선의 최전방에 서 있는 셈이다.

최근 공식 출시된 알뜰폰 ‘리브모바일’(리브M)은 KB금융그룹이 추구하는 디지털 전환의 정점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현대인의 일상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두 가지인 금융과 통신을 결합해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출사표로 리브M을 준비했다.

KB국민은행은 손바닥 정맥으로 은행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손으로 출금서비스’도 선보였다. 디지털 특화점포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10월 금융권 최초로 정보기술 전문인력만으로 운영되는 ‘인사이트지점’을 여의도에 연 데 이어 국내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무인점포 ‘디지털셀프점’을 열었다. 두 점포 모두 고객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직접 대하는 영업점부터 디지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로 만들어졌다.

허 행장은 그동안 디지털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지난해 ‘디지털 전환’을 선언하고 2025년까지 디지털에 2조 원을 투자하고 인재 4천 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특히 온라인과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력과 업무 과정, 문화 등 조직 전반을 디지털화해야 한다고 보고 조직문화 개선 등에서 힘썼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이 금융그룹의 디지털부문을 총괄하는 자리를 겸직한다는 점만 봐도 KB금융그룹이나 KB국민은행이 디지털 전환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올해 리브M과 디지털 특화점포 등을 비롯해 디지털부문에서 그야말로 ‘광폭’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