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업공개(IPO)가 될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업체 '아람코'가 본격적으로 상장 준비를 시작하면서 ‘제2의 중동특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나온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그동안 사업을 다수 진행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기업공개로 중동특수 기대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19일 증권업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아람코가 최근 1주당 8~8.52달러에 지분 1.5%를 매각하는 구체적 상장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건설사를 향한 해외수주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람코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주로 건설과 인프라사업에 투자할 것”이라며 “아람코의 기업공개는 국내 건설사에게 새로운 사업기회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국영 석유업체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016년 아람코 상장을 포함한 ‘비전 2030’ 계획을 발표한 지 3년 만에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람코는 12월 중순 사우디아라비아 증시(타다울)에서 첫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장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아람코 상장을 통해 250억 달러 가량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람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도시개발, 인프라 확대, 비석유부문 사업 강화 등 비전 2030의 구체적 계획을 추진하는데 이 과정에서 가스와 화학 분야의 플랜트 발주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동의 투자환경은 시가총액이 2천조 원에 이르는 아람코 상장 이후 달라질 것”이라며 “지금은 약간 이를 수 있지만 아람코 상장은 국내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산업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바라봤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는 올해 들어 18일까지 해외에서 179억 달러 규모의 신규일감을 따내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줄었다.

해외 신규 건설수주 규모가 2014년 660억 달러에서 지난해 321억 달러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감소세를 이어가는 것인데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 확대가 단비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그동안 다수의 사업을 진행하며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한 뒤 주택, 공공청사, 종합병원, 공항, 발전소, 지하철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신뢰를 확보했는데 최근 들어 그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해외사업의 기지개를 펼 준비를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를 21세기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보고 계열사 진출을 독려하고 있는데 삼성물산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개발사업인 ‘키디야 프로젝트’에서 협력한다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10월 직접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 양해각서에 서명했는데 아직 구체적 사업규모가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조 단위의 사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해외수주 잔고가 최근 3년 사이 절반 넘게 줄어든 만큼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수주 확대의 새 길을 찾을 가능성도 높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 키디야 프로젝트는 양해각서만 맺은 단계로 아직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다”며 “사우디아라비아를 관심있게 지켜보며 차분히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사 가운데 전통적 사우디아라비아시장의 강자로 손꼽힌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1960년대 해외진출 이후 올해 11월까지 해외에서 831건, 1254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수주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장 많은 158건(19%), 210억 달러(17%)의 일감을 따냈다.

현대건설은 올해 7월에도 아람코가 발주한 3조2천억 원(27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마르잔 프로젝트의 패키지6과 패키지12를 수주했다.

내년에도 20억 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자프라 가스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석유분야 플랜트사업을 강화하면 관련 수주를 확대할 1순위 건설사로 꼽힌다.

플랜트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인프라 발주 확대도 현대건설에 기회가 될 수 있다.

현대건설은 1976년 20세기 최대 공사로 불렸던 주베일 산업항만 공사를 따내며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을 본격화했는데 현대건설은 이 사업을 통해 국제적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비전으로 예전 건설명가 위상을 회복하자는 의미를 담아 ‘그레이트 컴퍼니 현대건설’을 내걸었는데 사우디아라비아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셈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1970년대 중동 진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장 많은 사업을 수행했고 아람코와도 많은 사업을 진행하며 관계를 단단히 다져왔다”며 “수십 년 간 이뤄진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량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