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각 계열사의 경영현황을 점검하는 데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을 비롯한 롯데지주 임원들이 롯데지주의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사업적으로 중요한 계열사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아 그룹 소통과 경영활동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지주 임원, 계열사 '기타비상무이사' 나눠 맡아 무슨 활동하나

▲ 롯데지주 임원들이 계열사 기타비상무이사로 적극 활동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주요 계열사에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두고 롯데지주 핵심 경영진이 이 자리를 맡는 형태로 각 계열사의 경영을 들여다보고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에 상주하지는 않지만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등기임원이다.

대표이사의 유고나 공석 등의 비상상황에서 이사직무를 대행할 수는 없다.

때문에 기업의 외부자이면서도 사실상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내부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인수기업의 주요 경영진이 피인수기업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거나 사외이사가 되려면 까다로운 선임요건이 있는 것과 달리 기타비상무이사의 자격요건은 따로 없기 때문에 그동안 재계에서는 총수일가가 이름을 올려놓는 통로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나이가 어리거나 경영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차지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보수를 받으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와 달리 롯데그룹은 그룹에서만 35~40년씩 일하며 잔뼈가 굵은 지주 임원들이 주요 계열사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며 그룹 전반의 소통과 경영활동 협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프알엘코리아)과 황각규 부회장(에프알엘코리아, 롯데액셀러레이터), 이봉철 재무혁신실 사장(롯데칠성음료, 호텔롯데), 윤종민 경영전략실 사장(롯데케미칼), 오성엽 커뮤니케이션실 사장(롯데푸드), 정부옥 HR혁신실 부사장(롯데정밀화학) 등 롯데지주의 임원들은 다른 계열사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이종현 전무, 조영제 전무, 김태완 전무, 기원규 전무 등 롯데지주의 사외이사를 제외한 임원 30명 가운데 15명이 그룹 계열사 27곳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경영전략과 인재육성, 기업문화, 재무 등 그룹 방향성을 정하는 임원들이 대부분이다.

신세계그룹과 CJ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동종업계 그룹에서 지주회사 또는 지배회사 임원이 그룹 계열사 기타비상무이사를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겸직하는 사례가 있더라도 그룹의 주요 사업과는 사업영역이 사뭇 다른 고속터미널이나 도심항공 등의 계열사에 그친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그룹 전반을 돌보는 임원들이 상대적으로 롯데지주의 지배력이 낮은 곳들을 들여다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롯데지주는 롯데칠성음료 지분 24.94% 롯데케미칼 지분 23.24%, 롯데푸드 지분 23.0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3곳은 롯데지주 자회사 25곳 가운데 지분율이 가장 낮은 곳들이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손잡고 만든 합작회사로 롯데쇼핑이 지분 49%,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곳이자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끝내기 위해 상장을 추진해야하는 핵심 계열사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2015년 신 회장이 100억 원,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가 200억 원 각각 출연해 만든 스타트업 육성기업이다.

롯데그룹의 대표적 스타트업 지원사업인 만큼 황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까지 맡아 직접 챙기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주와 계열사의 협력 및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신규 사업의 의사결정 방향을 정하고 새로 지주 체제에 편입된 계열사들의 안정화와 일체화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