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 반도체공장 인근에 LNG(액화천연가스)열병합발전소를 짓기 위해 주민 설득에 온힘을 기울인다.

SK하이닉스는 정전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전력 공급계통의 다변화를 목적으로 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환경영향평가에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만큼 반대 목소리를 가라앉히는 일이 절실하다.
 
SK하이닉스, 청주 반도체공장 옆 LNG발전소 짓기 위해 주민 설득 온힘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12일 SK하이닉스와 청주시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22일 SK하이닉스 청주 LNG열병합발전소(스마트에너지센터)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두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주민공청회가 열린다.

환경영향평가는 특정 사업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분석·평가해 환경파괴와 환경오염을 예방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절차다.

이번 공청회에서 수렴된 주민 의견은 SK하이닉스가 환경부에 제출할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작성할 때 반영된다.

SK하이닉스는 공청회에서 LNG열병합발전소의 친환경적 요인을 들어 주민들의 이해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LNG열병합발전소는 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화력발전소와 비교해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등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도 최근 LNG열병합발전소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LNG열병합발전소에 대기오염 물질 ‘질소산화물’ 저감설비를 설치해 적은 오염물질도 걸러낸다는 점도 강조할 계획을 세웠다.

청주 전체적으로 미세먼지 저감사업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청주는 2018년 기준 미세먼지 ‘나쁨’ 일수 102일을 보이는 등 전국에서 대기환경이 가장 좋지 않은 지역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받으면 발전소 건립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며 “공청회를 통해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앞서 10월11일에도 LNG열병합발전소 환경영향평가서 초안과 관련해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 또는 공청회를 1회만 열면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절차를 충족할 수 있는데도 추가 공청회를 계획한 데는 청주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역민들은 LNG열병합발전소가 일반 화력발전소보다 오염도가 적어도 결국 주민 건강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지역민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미세먼지해결을위한충북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원회)는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기존 화력발전소를 LNG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오염배출원이 추가로 생기는 문제”라며 “SK하이닉스가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다면 미세먼지 주범인 질소산화물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LNG열병합발전소 건립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조사에 응한 지역민 747명 가운데 45.2%인 338명이 SK하이닉스 LNG열병합발전소에 반대했다는 결과도 내놨다.

지역 정계에서도 LNG열병합발전소에 관한 부정적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정우철 청주시의원은 10월25일 청주시의회에서 “LNG열병합발전소는 1년에 질소산화물 205t을 배출한다”며 “청주시의 가장 큰 미세먼지 배출원으로 꼽히는 지역난방공사의 연간 질소산화물 배출량 208t에 버금가는 규모”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LNG열병합발전소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내년 5월로 예정된 발전소 착공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2020년 4월에 총선이 치러지는 만큼 출마자들이 주민 의견을 반영해 발전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공약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년 5월 LNG발전소를 착공한다는 계획 자체는 아직 변하지 않았다”며 “다만 아직 발전소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않는 단계에서 발전소에 관한 전망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공장이 있는 충북 청주와 경기 이천에 모두 1조7천억 원을 투자해 LNG열병합발전소 1기씩을 짓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만에 하나 정전이 발생해도 공장을 문제없이 가동할 수 있도록 전력 공급채널을 다변화하기 위함이다.

반도체공장은 정밀도를 요구하는 특성상 24시간 최적화한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정전 등 사고로 전력 공급이 중단돼 설비가 멈추면 다시 공정을 정상화하는 데 길게는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SK하이닉스의 설명이다.

실제로 일본 기업 도시바메모리는 6월 반도체공장이 정전돼 1개월가량 공장 가동을 멈췄다. 정확한 피해규모는 추산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도시바메모리가 3조 원가량 손실을 입었다고 본다.

삼성전자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도 반도체공장 정전사고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