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D램 편중 극복 위해 이미지센서시장 공략 적극 추진

▲ SK하이닉스가 공개한 이미지센서 홍보동영상 화면. <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가 D램 등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이미지센서(CMOS Image Sensor, CIS)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지센서시장의 후발주자로 삼성전자와 소니 등 선두업체와는 다소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데 이미지센서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추격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 SK하이닉스 이미지센서 차별화로 시장 공략 가속

11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이미지센서 제품에 자체 브랜드를 사용하고 이미지센서 홍보 동영상을 공개하는 등 이미지센서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600만 고화소 이미지센서 제품에 ‘블랙펄(Black Pearl)’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며 “시장의 반응에 따라 브랜드 제품을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의 아이소셀처럼 독자 브랜드를 구축해 이미지센서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브랜딩을 통해 이미지센서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려는 점이 눈에 띈다. 블랙펄은 고급 제품을 상징하는 블랙의 이미지와 어두운 곳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저조도 성능을 향상했다는 뜻을 담은 이름이라고 SK하이닉스는 설명한다.

SK하이닉스가 1600만 화소 제품 생산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브랜드 전략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지센서 계약이 꾸준히 있으니 SK하이닉스도 제품을 계속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차별화된 이미지센서 제품을 내놓고자 하는 의지는 3분기 개소한 일본 연구개발센터에서도 드러난다. 이 센터는 일본 대학과 공동연구개발을 협의하는 등 이미지센서 기술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이다.

일본은 이미지센서시장의 강자인 소니를 비롯해 크고 작은 이미지센서기업들이 활발히 사업을 하고 있는 곳이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서 이미지센서 분야의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나타냈다.

시무라 마사유키 일본 연구개발센터 소장은 “SK하이닉스가 일본에 연구개발센터를 개소한 것은 일본에 집중된 다양한 이미지센서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무라 소장은 모바일 이미지센서 중심의 사업을 하이테크 제품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들었다.

그는 “일본 연구개발센터가 차세대 이미지센서사업 확대의 교두보 역할을 하려면 혁신적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더욱 넓은 범위에서 기술 검토를 진행하는 일본 연구개발센터의 노력이 새로운 시장 창출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성장하는 이미지센서 시장, 치열해지는 경쟁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천 M10 D램 생산라인 일부를 이미지센서 양산용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D램 업황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을 조절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많지만 이미지센서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고 풀이할 수도 있는 결정이다.

SK하이닉스는 2017년 말 홍성주 미래기술연구원장 부사장에게 CIS비즈니스 조직을 맡기면서 이미지센서사업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홍 부사장의 지휘 아래 올해 1300만 화소 양산을 거쳐 1600만 화소의 이미지센서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2020년 4800만 화소 제품의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이미지센서시장은 소니가 약 50%, 삼성전자가 약 20%를 점유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2% 수준으로 크지 않다. 

비록 선두권과 격차는 크지만 SK하이닉스가 이미지센서시장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은 이미지센서시장의 성장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멀티카메라 채택이 늘어나고 있는 스마트폰은 물론 자율주행차, 로봇 등 이미지센서의 적용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이미지센서시장은 2019년 155억 달러 규모에서 2023년 215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시기관 TSR 역시 같은 기간 이미지센서시장 규모가 158억 달러에서 244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이미지센서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상위업체들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소니는 얼마 전 1천억 엔을 투자해 이미지센서공장을 새로 설립해 이미지센서 생산능력을 월 10만 장에서 2021년 13만 장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소니가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은 12년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1억 화소를 돌파한 이미지센서와 업계 최초로 0.7㎛ 크기 픽셀을 구현한 초소형 이미지센서를 내놓는 등 이미지센서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처럼 D램 생산라인을 이미지센서용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글로벌 이미지센서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삼성전자와 소니 등이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SK하이닉스도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살려 이미지센서 사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