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사장이 투명 폴리이미드필름 ‘CPI’의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낸다.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의 최대 수요처인 접는(폴더블) 스마트폰시장이 열리고 있지만 경쟁사들이 아직 양산체제를 완전히 갖추지 못한 만큼 장 사장은 초기에 고객사를 최대한 확보해 시장 선점효과를 극대화를 노린다.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폴더블폰 필름 양산체제로 삼성전자 바라봐

▲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 사장.


8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2020년 폴더블 스마트폰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어 4분기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실적에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이 본격적으로 기여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화웨이는 15일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를 출시하며 모토로라는 13일 역시 폴더블 스마트폰인 레이저V4를 공개한다.

2일 마이크로소프트도 폴더블 스마트폰 서피스듀오를 공개하고 출시준비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를 이미 9월 국내에서 판매했고 8일은 중국에도 출시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오롱인더스트리의 CPI는 실적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할 것”이라며 “판매량이 조기에 급증한다면 생산라인 증설을 위한 신규투자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CPI의 고객사와 관련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화웨이와 모토로라에 CPI를 공급하고 있다고 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8일 진행된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CPI 양산설비의 가동을 이미 시작했으며 CPI의 양산물량이 실적에도 반영됐다고 밝혔다. 이는 화웨이와 모토로라가 각각 폴더블 스마트폰의 출시와 공개를 앞뒀던 시점이다.

장 사장은 두 회사를 고객사로 확보한 데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까지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폴드에 쓰이는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을 일본 스미토모화학에서 조달해왔다. 그러나 스미토모화학이 초도설비(파일럿설비)만을 보유하고 있어 원하는 물량을 모두 공급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새 공급선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0월22일 장 사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CPI 공급을 위해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있다”며 “조만간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 사장은 CPI의 고객사를 확보해 사업성과를 반드시 내야  한다. 장 사장은 2018년 3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대표이사에 올랐는데 코오롱인더스트리가 CPI 양산설비를 완공한 시기다.

시장상황은 일단 장 사장에게 유리하다. 폴더블폰 생산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 확실하지만 아직까지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의 양산체제를 완전히 구축한 회사가 코오롱인더스트리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시장 조사기관인 스트레티지애널리틱스(SA)는 폴더블 스마트폰시장이 2020년 1360만 대, 2021년 3040만 대, 2022년5010만 대로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경쟁사인 SKC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투명 폴리이미드필름 양산설비의 기계적 준공을 마쳤으나 아직 양산을 시작하지는 못하고 있고 스미토모화학은 양산설비 자체가 없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라 장 사장이 안심할 수만은 없다.

SKC는 2020년 상반기에 양산 시작을 목표로 올해 4분기 안에 양산설비의 시운전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워뒀으며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올해 안에 제품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장 사장이 '독점 공급자'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기간이 짧으면 몇 달 되지 않다는 의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을 성장동력으로 세우기 위해 15년 가까이 공들였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2005년부터 제품 개발을 지휘해 2016년 생산기술을 확보했다. 시장에 일찍부터 진입을 시도했기에 양산체제도 가장 먼저 구축할 수 있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투명 폴리이미드필름 브랜드인 CPI가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의 대명사로 쓰일 정도다.

그러나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9월 스미토모화학에 밀려 삼성전자 갤럭시폴드의 초도물량에 쓰일 투명 폴리이미드필름을 공급하는 데 실패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