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을 현대자동차그룹에 걸맞는 증권사로 키워내야 한다."

이용배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한 이후 입버릇처럼 강조했던 말로 전해진다. 
 
[오늘Who] 이용배, '현대차' 이름값 성과로 현대차증권 연임 '파란불'

▲ 이용배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


이 사장은 그동안 ‘현대차’라는 브랜드를 등에 업고 투자금융부문에서 성과를 이뤄냈는데 이에 힘입어 올해 연말인사에서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

5일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이 사장은 2020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 사장은 2017년 3월 현대차증권 사장에 오른 뒤 2018년에 이어 2019년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다.

2018년 영업이익 681억 원을 낸 데 이어 2019년 상반기에만 695억 원을 내 이미 전년 영업이익을 웃돌았다.

이 사장이 취임 직후 ‘현대차’라는 브랜드를 되찾은 뒤 이를 바탕으로 투자금융(IB)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낸 덕분으로 분석된다.

2017년 3월 이 사장은 현대차증권 부사장에서 사장에 오르자마자 ‘HMC투자증권’이던 회사이름을 현대차투자증권으로, 또 현대차증권으로 바꿨다.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인지도를 지렛대 삼아 경쟁이 치열한 투자금융(IB)부문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포석으로 해석됐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중소형 증권사로서는 이례적으로 5600억 원 규모의 도시바의 비전환우선주를 인수하는 투자거래를 따내기도 했다.

이 거래를 함께 이뤄낸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이 현대차그룹과 시너지효과를 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대차증권을 ‘낙점’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사장으로서도 감회가 남달랐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현대차증권 대표에 오른 뒤 줄곧 현대차그룹의 위상에 걸맞는 증권사로 도약할 것을 강조해왔다. 모회사인 현대자동차가 세계 자동차판매 5위에 드는 글로벌 기업인데 비해 현대차증권은 자기자본 순위에서 국내 10위에도 들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도시바 인수거래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현대차증권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 사장이 그동안 투자금융부문에 힘을 쓰면서도 우발채무 비율을 관리하며 ‘안전성’을 관리한 점도 연임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로 꼽힌다.

최근 증권가는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상품 판매, 해외부동산 투자 리스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현대차증권은 이런 논란에서 한발 비껴나있다.

이 사장이 현대차그룹에서 쌓아온 재무관리 역량을 현대차증권에서 충분히 발휘한 덕분으로 분석된다. 특히 해외투자를 벌일 때 철저한 실사를 강조하고 주기적으로 리스크관리협의회를 여는 등 건전성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왔다.

다만 이 사장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돈독한 사이였던 만큼 ‘정의선체제’에 들어간 현대차그룹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연임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기업문화와 경영스타일이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 인사기조 역시 정의선 부회장의 ‘색깔’이 나타나는 세대교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 사장은 1961년 태어나 만 58세다. 현대차그룹에서 줄곧 재무분야에 몸을 담은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2009년 현대차그룹 기획총괄조정실 전무에 올랐고 2012년 재경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3년 8월 현대위아 부사장에 임명됐다가 2016년 말 현대차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이르면 12월 초에 나올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중순경 임원인사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연말이나 연초에 사장 등 임원급 인사를 하지만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확실한 시기는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