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이재용, '함께 성장' 기치로 삼성전자 갈 길의 고민 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숫자로 나타나는 성장 비전 대신 사회적 책임이라는 경영철학을 제시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받고 있는 사회적 요구를 놓고 이 부회장이 고심하며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일 삼성전자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던진 메시지를 두고 삼성전자의 변화와 관련한 이 부회장의 생각이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이번 기념영상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기술발전이 개인은 물론 사회와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세계 최고가 되려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전까지 삼성전자가 매 10년마다 발표한 비전과 결이 다른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30주년 때 뉴밀레니엄 선언, 40주년 때 비전2020 등 계량화된 성장에 초점을 맞춘 비전을 제시했다. 매출목표와 글로벌기업 도약 등이 중심에 놓였고 상생경영 등은 구체적 방법론의 하나로만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공익적 가치가 기업의 목적이자 초일류기업 도약의 발판으로 전면에 부각됐다.

이번 50주년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을 맡은 뒤 처음으로 맞은 10년 주기 기념일이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제시할 새로운 비전에 많은 시선이 몰렸다.

이 부회장이 정량적 성장비전 대신 사회적 가치라는 정성적 성장철학을 선택한 의미는 작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는 50년 만에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해 내부적으로 한국을 먹여살린다는 자긍심이 높았다.

하지만 삼성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반삼성' 기류가 함께 커진 점도 사실이다. 오너일가와 삼성의 이해를 위해 정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을 들어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직업병 문제, 무노조 경영 등은 삼성의 시대착오적 경영을 비판하는 상징어가 됐다.

특히 이 부회장으로 경영권 승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불거졌고 결국 국정농단사건에 연루되면서 이 부회장은 삼성 총수 최초로 구속당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역할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이러한 심경을 여러 차례 내비쳐 왔다.

이 부회장은 2016년 국정농단 청문회 때 “앞으로 저 자신을 비롯한 체제를 정비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항소심 최후진술에서는 “삼성에 실망한 국민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곤혹스런 심경을 보였고 2018년 집행유예로 출소할 때는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으며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몸을 낮췄다.

공익적 가치에 방점을 찍은 이번 50주년 메시지는 이런 고민을 거쳐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도 이 부회장체제에서 삼성전자는 상생경영, 사회적 책임 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직업병 문제 해결, 협력사 스마트공장 구축, 소프트웨어 인재양성 등을 진행했다.

올해 2월에는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으로 ‘함께 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을 내놓았다. 이 부회장은 이번 50주년 기념식에서도 “삼성의 새로운 사회공헌 비전인 ‘함께 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을 다 함께 실천해 가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이 부회장의 이번 메시지를 놓고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유리한 여론을 이끌기 위한 노력이라는 시선도 없지 않다.

10월25일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재판장을 맡은 정준영 판사는 “2019년 삼성그룹 총수의 선언은 무엇이어야 하느냐”며 이 부회장이 총수로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묻기도 했다.

최종 판단은 이 부회장이 내건 '함께 성장'을 삼성전자가 어떻게 구현해 가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