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면 기업가치가 최소 5조 원에서 최대 10조 원까지 평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는 상용화에 다가선 뇌전증(간질) 신약 ‘세노바메이트’와 후속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임상 진행, 바이오업종 투자심리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 기업가치 5조에서 10조 하늘과 땅, 뇌전증 신약이 좌우

▲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


3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본격 추진하는 SK바이오팜의 예상 기업가치를 두고 증권사마다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8월 SK바이오팜의 상장 뒤 예상 시가총액을 5조~10조 원으로 전망했다.

미래에셋대우는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를 5조5천억 원으로, 대신증권은 6조2천억 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SK증권은 SK바이오팜의 뇌전증신약 세노바메이트의 가치를 5조3628억 원으로 계산해 기업가치를 6조1792억 원으로 평가했다.

SK바이오팜의 유가증권시장 상장과 기업가치는 사실상 세노바메이트에 달려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미국에서 직접 임상3상까지 진행한 뇌전증 치료제로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판매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 가운데 자력으로 미국 식품의약국의 임상3상을 통과한 곳은 SK바이오팜이 유일하다.

세노바메이트의 최종 승인 여부는 한 달 뒤인 11월21일경에 나온다.

세노바메이트의 가치가 5조 원 이상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는 것은 상용화에만 성공한다면 세계에서 매출 1조 원 이상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뇌전증은 발작을 일으키는 신경성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뇌전증 환자의 수는 약 6500만 명에 이르며 시장 규모는 2020년 7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임상시험에서 기존 뇌전증 치료제인 UCB제약의 ‘빔팻’보다 높은 발작 감소효과를 입증했다. 2017년 출시된 빔팻은 2018년 전 세계에서 13억 달러(약 1조5천억 원)의 매출을 낸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이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세노바메이트는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 뒤 2020년부터 판매돼 2024년에는 매출 1조 원 이상을 달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SK바이오팜의 강점은 세노바메이트라는 하나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에만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수면장애, 조현병, 조울증, 집중력장애 등 주로 신경계 질환에 특화된 신약 후보물질을 8개나 보유하고 있다. 소아희귀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는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고 희귀신경계질환 치료제 ‘렐레노프라이프’는 임상2상을 준비하고 있다. 집중력장애 치료제 ‘SKL13865’는 임상1상을 마쳤다.

SK바이오팜이 미국 제약회사 재즈와 공동개발한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은 이미 미국 식품의약국의 판매허가를 받아 올해 7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SK바이오팜은 솔리암페톨 매출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열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톨 외의 신약 후보물질들은 아직 임상단계가 낮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임상단계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업계의 투자심리도 SK바이오팜의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바이오업계는 올해 상반기 연이은 바이오기업들의 임상실패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이 때문에 SK바이오팜이 제 몸값을 받기 위해 상장일정을 지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10월 들어 임상3상에 성공한 에이치엘비를 중심으로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신라젠 등 주요 바이오기업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등 점차 바이오주 투자심리가 회복되고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이 오랫동안 상장 준비를 해온 만큼 기업공개(IPO) 절차는 조속히 진행될 것”이라며 “12월 초부터 해외투자자의 북클로징(장부마감)이 시작되기 때문에 11월 세노바메이트의 판매허가를 확인한 뒤 2020년 초에는 상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