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당초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팔리게 될까?

23일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을 앞두고 경영부실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매각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잇단 경영부실 악재로 매각가격에 영향 불가피

▲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



공정거래위원회가 기내식 사업권과 관련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 방침이 외부로 전해지면서 아시아나 인수전은 오히려 달아오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후보자들로서는 가격을 낮게 부를 수 있는 구실을 찾은 셈이어서 그동안 인수가격에 부담을 느껴온 후보자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찾아온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회장 등 전현직 경영진들은 기내식 사업권을 LSG스카이셰프코리아에서 게이트고메코리아로 넘기는 대신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현 금호고속)에 1500억 원을 투자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은 과징금을 내야 할 수 있는데 항공업계에서는 그 규모를 수백억 원으로 예상한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규모가 9조 원 정도로 알려진 것에 비하면 과징금의 규모는 크지 않은 것이지만 인수후보자들로서는 실사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늘어난 셈이 된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실사과정에서 부채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데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는데 경영부실을 의미하는 사건들이 연달아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기존의 태도에 변화를 보여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18일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항공기에서 엔진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사고가 있었다. 문제는 올해 들어 빈번하게 항공기 결함이 발생하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노후 항공기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87대 가운데 20대가 20년 이상 노후 항공기로 국적항공사 중 가장 비중이 높았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은 17일 대법원에서 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정지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은 2013년 아시아나항공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사고를 일으키면서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운항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데서 출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판결에 따른 운항정지 조치로 110억 원의 매출감소가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전체 매출에 비하면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별도기준으로 매출 6조2012억 원을 거뒀는데 이 가운데 운항정지에 따른 매출손실 110억 원은 0.18%에 불과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수준인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항공사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인 안전문제와 노후 항공기 보유에 따른 신규 항공기 도입의 부담 등의 요소가 투찰가격 책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내식 문제나 항공기 운항정지 등의 이슈는 개별적으로는 비중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잠재적 위험요소가 남아있다는 인상을 인수후보자들에게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매각 여부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기보다는 가격 책정이나 향후 세부 협상 과정에서 매수인 측에서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늘어난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