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말이면 충분히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될 수 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이 올해 6월 에이치엘비와 엘리바(LSK바이오파마)의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했던 말이다. 이 말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오늘Who] 진양곤, 신약 개발로 에이치엘비 코스닥 시총 1위 가나

▲ 진양곤 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


하지만 신약 기대감 하나로 기업가치가 너무 고평가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2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위암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임상3상에 성공한 에이치엘비에 국내 바이오시장의 기대가 몰리고 있다.

에이치엘비는 24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신청을 위한 사전미팅을 진행하는데 이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높아지며 주가는 급등했다.

에이치엘비의 현재 주가는 18만800원으로 3개월 만에 9배 가까이 뛰었다. 시가총액은 7조943억 원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약 8조5199억 원)를 바짝 뒤쫓고 있다.

에이치엘비의 기업가치가 오르고 있는 것은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덕분이다.

에이치엘비는 9월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3상 전체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리보세라닙은 암 진행 없이 생존을 연장하는 ‘무진행 생존기간’이 경쟁약보다 긴 것으로 확인됐다.

신라젠의 항암바이러스 ‘펙사벡’의 임상실패와 헬릭스미스의 임상3상 약물혼용 등으로 국내 바이오업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에이치엘비가 성공적 임상3상 결과를 내놓자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몰렸다.

에이치엘비와 미국 자회사 엘리바의 합병도 기업가치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리보세라닙은 엘리바가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현재 에이치엘비는 엘리바 지분 59.83%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구조 때문에 리보세라닙의 가치가 에이치엘비 기업가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다는 말이 나왔고 진 회장은 엘리바를 에이치엘비에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진 회장은 “에이치엘비는 중국에 5년째 시판된 검증된 신약을 개발하고 있고 판매허가의 문턱까지 와 있는데도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며 “결국 투자한 회사가 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리보세라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리보세라닙은 전체적 임상3상 데이터는 좋았지만 ‘전체생존기간(OS)’이 임상목표에 부합하지 못했다. 리보세라닙 투약군의 전체 생존기간은 5.78개월로 대조군 5.13개월과 차이가 0.65개월에 그쳤다. 

전체 생존기간이란 환자가 치료를 시작한 뒤부터 사망에 이른 때까지 걸린 기간으로 판매승인에 중요하게 반영될 수 있는 요소다.

리보세라닙의 성공을 가정하더라도 최근 에이치엘비의 급격한 기업가치 상승이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바이오의약품을 포함해 다양한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제약기업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은 현재 시가총액이 각각 3조7천억 원, 2조8천억 원에 이른다. 아직 약을 출시도 하지 않은 에이치엘비 시가총액의 절반 정도거나 그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반면 2018년 매출규모를 비교해 보면 한미약품과 유한양행은 매출이 각각 1조159억 원, 1조5188억 원이고 에이치엘비는 매출 361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라젠도 한때 시가총액이 10조 원에 육박했으나 현재는 1조 원대까지 떨어졌다”며 “바이오기업의 기업가치가 미래성장 가능성에 따라 움직이는 면이 크기는 하지만 단순한 기대감이 아닌 신약가치 등을 더욱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